이야기/미술과 인물

켄타로 코부케(Kentaro Kobuke) - 괴기스럽고 우울한 일러스트

이동권 2022. 9. 2. 00:23

Untitled 보드에 색연필 125×90cm 2006 ⓒ켄타로 코부케


켄타로 코부케(Kentaro Kobuke) 작가는 현대인들의 흉측한 내면세계를 기형의 자화상으로 고발한다. 코부케의 작품은 누구나 한번 보면 절대로 잊지 않을 독특한 화풍을 가지고 있으며, 매끈하고 상업적인 네오 팝 경향의 작품과 달리 동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감성을 잘 대변하면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켄타로 코부케의 주요 작업도구는 색연필이다. 그는 쓱쓱 그려낸 듯, 단순한 선과 면으로 스케치된 캔버스에 알록달록한 색이나 자연의 무늬, 파스텔 톤의 색을 적절하게 섞어 미묘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색에는 달콤한 색과 새콤한 색이 있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작품에는 달콤새콤한 미각이 살아 숨 쉰다.

코부케가 만들어내는 인물은 비례가 맞지 않고 원근감도 무시돼 있다. 여려 겹으로 된 큰 눈망울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인간은 매우 기형적이기도 하다. 또 의도적으로 네모난 틀에 인물들을 가득 채우고 커다란 눈망울과 넓은 이마를 그려 넣어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슬퍼하고 있는 모습을 연출한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깊고 풍부한 머릿결에는 산이 있고, 구름이 흐르고, 푸른 나무와 화려한 꽃들이 피어난다. 마치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자연의 이미지들이 우리에게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것 같다. '당신은 함께 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느냐'고.

 

Untitled 보드에 색연필 75×60cm 2006 ⓒ켄타로 코부케

 

Take My Sadness, 색연필 40×30cm 2020 ⓒ켄타로 코부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