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포이동 266번지

⑤포이동 266번지 - [인터뷰] 이준형 넝마공동체 사무국장, 합법적인 거처 마련해달라

이동권 2022. 8. 30. 22:03

컨테이너에서 쫓겨난 뒤 도로에서 이불과 옷을 말리는 넝마공동체 사람들


강남구청이 넝마공동체 사람들의 터전을 밀어내고 컨테이너를 모두 철거해버렸다. 사람들 몇몇은 영동5교의 원래 보금자리로 돌아갔고,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공터에 비닐 텐트를 치고 버티고 있으며, 일부는 노숙인 쉼터에 들어가 겨울을 나고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넝마공동체 이준형 사무국장을 만나 어떻게 된 사연인지 들어보았다.

"지자체의 입장에서 포이동은 좋은 지역입니다. 땅값도 비싸고 주택가의 일반 빌라들도 몇 억씩 하는 곳입니다. 자기들끼리 상위 레벨이라면서 우리들을 거지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서울역, 영등포역 노숙자,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여기에 와서 한 번 살아보겠다는데 흘겨보지 말았으면 합니다. 넝마공동체는 IMF 이후에 먹고 살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 곳입니다. 쉼터의 개념이 아니지요. 이곳에 들어오면 우선 6개월 동안은 재워주고 먹여줍니다. 일할 의욕이 있으면 리어카나 생활용품도 지원해주며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이를 양성화하는 복지정책을 펴달라는 것입니다. 빈곤층을 위해 땅을 내주고 합법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강남구청은 정형화된 행정대책을 가지고 해결할 것이 아니라 빈민층들을 위해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복지행정을요. 행정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고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으로 복지행정을 펼쳐야 합니다.

넝마공동체는 1998년 6월부터 포이동 266번지 1,000여 평의 공터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그런데 강남구청은 갑자기 이들에게 불법거주지니까 '나가라', 나가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고 경고했다. 넝마공동체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들어왔으니 나갈 수 없다고 맞서면서 갖가지 충돌이 일어났다. 한 번은 똥까지 던지면서 싸운 적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강남구청은 2005년 11월 29일 용역업체와 관할 소방서, 경찰서, 구급차 등을 불러놓고 행정대집행을 강제적으로 시행했다.

"강남구청은 행정대집행에서 저희들이 살고 있던 컨테이너 박스 14개를 강제로 빼앗아가서 구리시 토평 컨테이너 보관소에 들여다 놓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분실되고 파손된 컨테이너가 있었지요. 컨테이너 박스 안에는 넝마공동체 사람들의 가재도구와 돈 등도 들어있었습니다. 수서경찰서 정보과 직원이 도시계획과 과장과 면담을 주선하면서 이렇게 집단으로 하지 말고 대표들끼리 모여 진지한 대화를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래서 물러났습니다. 며칠 뒤 도시계획과 과장을 만나 보상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보상받을 목록을 만들어 달라길래 갖다 주었더니 보상금 액수를 보면서 웃더군요. 1억 원이라고 적었거든요. 강남구청은 책임이 없고 자신들이 강제 철거를 위임했던 용역회사 '원 시큐리티'와 해결하라고 했습니다."

결국 갖은 공방 끝에 2006년 1월 15일 넝마공동체는 빼앗긴 컨테이너 박스 9개 동을 돌려받았다. 그러나 1월 16일 단 하루 만에 다시 강제철거를 당했다. 또 강남구청은 1월 23일 구급차와 경찰기동대 50여 명을 대동하고 나타나 생활용품까지 모두 빼앗아갔다.

넝마공동체 사람들은 컨테이너도 없이 혹독한 추위에 언 손바닥을 비비면서 다시 싸움에 들어갔고, 2월 6일 도로에 텐트 5개 동을 설치하고 부당한 강제철거에 항의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7~8년 동안 살았습니다. 적절한 대책도 없이 내쫓아서는 안됩니다.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돈 없고, 힘없고, 배경 없다고 어렵게 살아야만 합니까. 우리도 살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위해서 투쟁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