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이 1981년 국민을 강제이주 시켜 생긴 마을이 포이동 266번지다. 지금은 행정구역 상 개포동이지만 '포이동 재건마을'로 불린다. 국토부는 2018년 포이동 재건마을 부지에 신혼희망타운을 지어 2022년부터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재건마을 주민들과 대화조차 하지 않고 외면했다. 주민들은 4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안정적인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토지변상금이라는 족쇄를 차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 부자들이 산다는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서 주소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 폐품과 재활용품을 수집하며 빠듯하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이곳 주민들의 자녀들을 위해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공부방이 있다. 바로 포이동공부방 '인;연 맺기 학교'이다. '인'은 '사람인(人)', '세미콜론(;)'은 '연결하다', '연'은 '그러할연(然)' 자를 써서 자연과 인간을 연결한다는 뜻이다.
포이동 266번지에서 빈민현장활동을 한 뒤 이곳에 아예 공부방을 열고 따뜻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인;연 맺기 학교' 교장 김규남 학생을 만났다.
김규남 학생은 "빈민현장활동 이후 투쟁에 연대하는 것과 함께 일상적인 것들도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공부방을 열게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포이동 공부방은 학업에 필요한 공부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적인 교육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면서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방법과 심성을 치유하는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이동 266번지에 거주하는 아이들의 교육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면서 "학교에서도 차별받고, 지역에서도 배제되어 있어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 많다"고 말했다.
포이동 공부방의 수업시간은 일주일에 3회 월, 수, 금, 낮 1시부터 6시까지이다. 겨울방학이 끝나면 오후 5시로 수업시간이 변경된다. 포이동 공부방 학생들은 유치부에서 고3까지 모두 14명. 김규남 학생은 초등학교 국어를 담당하고 있다.
김규남 학생은 "처음 이곳에 대한 사정을 알게 됐을 때 어이가 없어 분노했다"고 말했다. 포이동 266번지는 정권과 자본이 저지르고 있는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포이동 주민들의 마음만은 따뜻하다"고 전했다.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폭력 속에서도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살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공동체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아직 구체적인 날짜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3월에는 공동투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민등록 등재와 토지변상금 폐지를 위해 싸울 예정입니다."
하지만 김규남 학생은 "여기서 모든 싸움이 끝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에게는 '가난'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
"80년부터 90년 사이에 있었던 인권유린의 진상을 파헤치고 알려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주거권, 의료권, 교육권 등에 대한 사실들을 낱낱이 밝혀 '백서'를 발간하겠습니다. 이곳의 현실을 글로 쓸 때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이라는 시선보다는 정권과 자본의 폭력, 또한 사회 구조적 모순에 대해 얘기해 주셨으면 합니다. 포이동 주민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요. 시민들께서는 이곳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적극적인 후원과 지지를 아끼지 말았으면 합니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아닙니다. 인간으로서의 양심조차 잃어버린 정부입니다. 정부가 이곳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천벌을 받을 것입니다."
김 씨는 "강남구청에 사이버 시위를 하면 '증거가 없다'는 똑같은 답변만 달린다"면서 "강남구청장은 강남의 부자들을 위해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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