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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창 윤이상 평화재단 기획실장 - 윤이상의 신념과 예술이 주는 힘

이동권 2022. 8. 13. 23:53

조희창 윤이상 평화재단 기획실장


아물지 않고 화끈거리는 민족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는 음악. 적어도 윤이상 선생에게 있어 음악은 그런 존재였던 것 같다.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삶과 음악을 재조명하면서 평화통일의 일꾼으로 나선 조희창 윤이상 평화재단 기획실장의 말을 들어보았다.

"윤이상 선생은 ‘20세기의 오디세이’로 불립니다. 정치적 사회적 질곡 때문에 쓸쓸하게 이국땅에서 돌아가셨지만, 그럴수록 더욱 알려지고 부활되는 이유는 그의 신념과 예술이 주는 힘이라고 봅니다."

유럽에서는 윤이상의 음악에 대해 동양음악과의 크로스 오버, 일렉트로니카 밴드의 변주 등 다양한 형태로 범용화하고 있다. 이제 한국도 윤이상의 모국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음악적 실험에 질주하면서 한국의 브랜드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 한국 음악의 세계화를 선도할 우리의 문화유산에서 '윤이상'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윤이상 선생은 우리 한민족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로서 동서양의 음악을 서로 접목시켜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만들어낸 인물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의 가치를 잘 모릅니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더라도 부족한 점이 없는 데도요. 우리는 그에 대해 충분히 재조명하고 복원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야 합니다. 윤이상의 음악은 남과 북을 잇는 열쇠이며 문화교류의 교두보입니다. 남과 북에서 동시에 인정받는 음악인은 윤이상 선생밖에 없습니다. 북에서 윤이상 선생은 민족의 영웅입니다. 최고의 예술가로 예우하며, 공연이 있을 때마다 열렬하게 환영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음악가로서 평가하기도 하지만, 통일운동가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분단된 조국을 하나라고 말했던 사람입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음악과 사상, 즉 모든 삶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윤이상 선생은 민족운동가요 통일운동가입니다. 평양에서는 벌써 24회 공연이 있었으며, 윤이상 음악연구소도 설립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늦었습니다. 윤이상 평화재단은 평화통일과 함께 윤이상 음악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나가는 일에 전력을 다 할 생각입니다."

윤이상의 음악은 많은 요소들을 혼합한다. 일정한 음악적 형식이나 이론적인 범주를 넘어 추상적이고 감각적인 형태로 작곡되는 경우가 많아 강렬한 인상을 남겨왔다. 또 윤이상 음악은 우리 전통음악을 정신적 토대에 두고 서구식 음계를 덧붙이는 형식이어서 매우 독창적이다. 하지만 현대음악을 들어보지 않았거나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윤이상의 음악에 대해 어렵다고 머리를 가로젓는다. 조희창 기획실장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윤이상의 음악은 원전이기 때문에 당연히 어렵습니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누가 봅니까? 하지만 그것의 가치는 매우 크지요. 이와 같이 윤이상 음악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모든 일반 대중들이 음악에 대해 공감할 수 있어야만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도 배워야 하는 것처럼 음악도 공부해야 합니다. 배우려는 노력 없이 어렵다고만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현대 미술이 구상에서 비구상으로 넘어간 것처럼, 음악도 새롭게 창조되면서 점점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윤이상 선생은 매우 큰 분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어렵기도 하고 전위적이지만 음악적으로는 매우 앞서간 천재였습니다.

윤이상 선생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작곡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분단조국이라는 현실에 가로막혀 커다란 상처만 주고 말았다. 그의 음악이 동양과 서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그의 존재가 남과 북을 이어주는 교두보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