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김기돈 '작은 것이 아름답다' 편집장 - 단순 소박한 삶의 길잡이

이동권 2022. 8. 26. 15:42

김기돈 '작은 것이 아름답다' 편집장


단순 소박하고 느린 자세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월간으로 발행되는 잡지다. 이 책은 우리 일상에서 사소하게 생각하는 것들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일깨우면서 대안적인 생태환경의 삶을 교양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해 지금까지도 발행되고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독일 출신의 경제 사상가 슈마허의 책에서 발췌한 이름이다.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김기돈 편집장을 만났다. 그는 "원고 마감 때문에 날을 샜다"면서 말이 아니라는 듯 웃어버린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세상은 아웅다웅 다툼이 많다. 인간으로서의 도덕과 미덕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성찰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일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폭력마저도 정당화하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세상보기는 이와 전혀 다르다. 이 책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고뇌와 실천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작고 소박한 지혜로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문화운동이자 함께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환경운동을 실천하는 삶의 그루터기다.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나'라는 영역을 확대해서 생각하면 모든 문제가 풀리게 됩니다. '나'라는 존재를, 내 몸뚱어리를 둘러싼 캡슐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가깝게는 우리 이웃과 한반도의 자연환경에서부터 멀게는 전 세계의 환경생태적인 문제들을 '나'라고 생각한다면 모순되고 왜곡된 것을 풀어내고 이겨낼 수 있습니다. 천성산의 도롱뇽도, 새만금의 백합조개도 모두 '나'의 문제로 생각한다면. 마지막 한 그루 나무가 베어지고, 마지막 물 한 컵이 엎어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만큼 어리석다는 말이지요. 지구온난화로 점점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는 것처럼요."

환경이나 생태, 생활문화 등을 표방하는 많은 월간지들이 있다. 이들 잡지들의 성격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각 매체마다 개성도 있고 전문분야도 다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도 생태환경에 있어서는 가장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책이며 차별화된 잡지다. 이러한 관점을 잃지 않고 '작은 것이 아름답다'만의 독특한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는 말 못 할 고민도 상당할 터. 김 편집장에게 책을 내면서 무엇이 가장 힘든지 물었다.

"힘들기보다는 긴장감이 있습니다. 우선 한 달에 한 번씩 독자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독자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안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책을 만들고 있는 우리들은 얼마나 생태적인가'라는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정말 독자들의 존재감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독자와 소통하면서 감성적인 교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항상 긴장하고 있고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다소 불편하고, 단순하고, 느리게 사는 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런 편집 방향에 대해 독자들이 불편하게 생각해도 상관없습니다. '작은 책이 아름답다'의 의미가 거기에 있으니까요. 우리의 생태가 한 세대에만 있는 것처럼 다 써버리고 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독자들과 환경생태적인 문제들을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세상을 움직이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인간의 삶을 생태라고 배우지 않았다. 인간을 제외한 생물이 자연에서 살고 있는 모습을 생태라고 배웠다. 그러나 김 편집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사전적인 의미의 생태와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태'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잡기 위해서 그에게 단도직입으로 '생태'에 대해 물었다.

"생태는 환경보다 폭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지요. 소비적인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결부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생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