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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타 슈테게 베를린 윤이상앙상블 플루티스트 - 독창적이고 뛰어난 윤이상 음악

이동권 2022. 8. 13. 23:42

베를린 윤이상앙상블, 제일 왼쪽이 로비스타 슈테게 플루티스트


베를린에서 현대음악의 최고 연주가 4명이 건너왔다. 베를린, 평양, 베이징을 거쳐 서울에 온 이들은 살아생전 윤이상 선생과 친분을 맺어온 음악인들이다. 이들은 조계사에서 열린 윤이상 10주기 추모식에서 추모 공연을 펼쳤다. 연주곡은 알토 플루트 독주곡 '솔로몬', 오보에 독주곡 '피리', 첼로를 위한 7개의 연습곡 중 '제5곡', 플루트 독주곡 '목동의 피리' 등이다. 이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윤이상 음악의 밤' 프로그램에 참여해 추모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윤이상 선생은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으로 추방된 후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독일에서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 한국에서 열린 윤이상 선생의 추모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모식 리허설장에 베를린 윤이상앙상블 단원들이 들어왔다. 이들은 각각 플루트, 바이올린, 첼로, 오보에를 들고 무대에 서서 환한 표정으로 인사했으며, 즉석 연주를 보여주기도 했다.

베를린 윤이상앙상블은 윤이상 선생이 살아 있을 때 함께 연주하거나 공부했던 제자들로 구성됐다. 윤이상은 한국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지만, 유럽에서는 매년 음악회를 열고 창작곡을 발표했을 정도로 유명한 작곡가였다.

베를린 윤이상앙상블 단원 중 로스비타 슈테게 플루티스트와 만나 윤이상앙상블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물었다.

"1995년 윤이상 선생이 세상을 떠한 후 친구들과 제자들이 모여 윤이상의 음악을 이어가자는데 마음을 함께 하기로 하고 이듬해에 창립하게 됐습니다. 베를린 윤이상앙상블을 통해 윤이상의 음악을 보전하고 후학들에게 전수하고 싶습니다."

남과 북 양쪽에서 추모공연을 펼친 이유도 궁금했다.

"우리가 남북의 문화예술교류에 작은 힘이라도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윤이상 선생의 이념이고 우리의 목적이며 음악입니다.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동양음악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했으나 윤이상의 음악이 동양의 음악과도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의 음악은 서양음악과 동양음악의 접목한 것으로서 매우 독창적이고 뛰어납니다.

위대한 예술가였지만 분단 조국의 희생양이 된 윤이상

동백림 사건은 1967년 7월 중앙정보부(국정원)가 작곡가 윤이상, 화가 이응로, 시인 천상병 등 194명을 간첩으로 조작한 사건이다.

중앙정보부는 서유럽에 거주하고 있는 윤이상 선생에게 동백림(동베를린)주재 북한 대사관과 평양을 왕래하면서 간첩활동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그는 "예술인으로서 평양을 방문한 것으로써 간첩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범죄인 인도협약이 없는 서독에서 윤이상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을 데려와 단교 직전까지 가는 심각한 갈등을 낳기도 했으나 2년 후 윤이상 선생을 석방하면서 외교 분쟁이 무마되기도 했다.

세계 음악인들과 독일 정부의 항의로 석방돼 독일로 돌아간 그는 반체제 친북 인사로 찍혀 다시는 고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위대한 예술가지만 분단의 상처 앞에 피 흘리고 쓰러져야 했던 그에게 독일의 유명한 소설가 ‘루이제 린저’는 '상처 입은 용'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