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매닉 피자매연대 활동가 - 대안생리대에 대한 편견

이동권 2022. 8. 13. 22:29

매닉 피자매연대 활동가(오른쪽), 전교조 대안생리대 연수에서 ⓒ피자매연대


대안생리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피자매연대'. '피자매'라는 단어가 풍기는 첫인상은 무섭고, 불안하고, 뒤숭숭하고, 아무튼 충격적이다. 이들은 왜 이런 이름을 썼을까? 1회용 생리대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대안생리대 운동에 대한 '핏빛' 결의를 보여주기 위해서일까?

"캐나다에서 대안생리대 운동을 하는 친구들의 이름이 '블러드 시스터(Blood Sister)'였습니다. 이 이름을 한글말로 바꿔보니 '피자매'더라고요. 그래서 여기에 '연대'를 붙여 '피자매연대'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피자매연대'라는 이름이 재밌지 않습니까?"

'피자매'라는 단어가 무섭다. 뭔가 큰 일을 낼 것만 같은 이름이다. 한편으론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어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이름이야 자신들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은 범위에서 잘 기억되고 인상 깊으면 그만 아닌가.

피자매연대는 대안생리대 운동을 생활건강과 환경운동으로 끌어올렸다. 또 1회용 생리대에 대한 비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안생리대라는 올바른 해답을 제시하고, 보급에도 앞장서면서 대중적으로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현재 활동은 중단했다. 

"처음 그 친구들의 권유로 대안생리대를 사용해보니, 착용감이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피자매연대를 만들고 2003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 들게 됐습니다. 1회용 생리대는 가렵고 답답한데, 대안생리대는 감촉이 좋고 생리를 편하게 합니다. 대안생리대를 사용한 사람들은 생리가 너무 즐거워졌다고 이구동성이죠. 하지만 대안생리대를 잘 모르는 여성들은 꺼려합니다. 처음 대안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들은 '새지 않을까', '새서 바지에 비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많습니다. 생리혈이 보이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리를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남성 중심의 금기가 우리 사회에 있기 때문입니다. 생리혈이 좀 보이면 어떻습니까? 약사들은 관행처럼 생리대를 까만색 봉지에 담아서 줍니다. 또 산이나 여행에서 여성끼리 생리대를 교환할 때도 남성들의 눈에 보일까 조심스럽고, 함께 사는 가족들 사이에도 편하지 않습니다. 오빠나 아빠가 볼까 봐 옷장 속에 몰래 감춰놓고 쓰는 것이 생리대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남성들이 생리대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1회용 생리대는 화장지처럼 쓰고 버리면 되는데, 대안생리대는 빨아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생각합니다. 속옷을 빠는 것처럼 세탁해서 쓰면 되는데도요. 그러면서도 당당하게 세탁하지 못합니다. 누가 볼까 봐 우선 감추고 봅니다. 물에 빨아보면 아시겠지만, 깨끗하게 생리혈을 없앨 수 있습니다. 1회용이 깨끗하게 보일지라도, 그렇게 작고 하얗게 만들기 위해 엄청난 화학물질이 첨가된다는 걸 생각한다면 머리를 끄덕일 것입니다."

매닉 씨는 1회용 생리대가 여성질환의 진앙지라고 말한다. 그녀가 대안생리대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이유다.

"1회용 생리대는 몸에 좋지 않습니다. 1회용 생리대에 함유되어 있는 화학물질 때문에 다른 피부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한 질점막이 가렵거나 짓무르기도 하며 심각한 경우에는 자궁질환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또 환경문제도 심각합니다. 1회용 생리대는 소각하지 않고 매장을 하게 되는데, 생리대에 있는 화학물질이 분해되지 않고 땅과 강에 스며들어 환경오염을 일으키지요."

그녀는 "피자매연대의 모토는 '우리의 월경, 우리가 관리한다'"라면서 "자기 결정권을 갖고 자신의 월경을 스스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안생리대를 사용하면 자신의 월경에 대해 알게 됩니다. 직접 만들고 세탁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리혈이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보완해야 좋은지 스스로 알게 되지요. 자신의 몸에 맞게 생리대를 만들고 사용할 수 있어 좋습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의 자유주의 페니미즘에는 입장을 조금 달리합니다. 여성이 남성처럼 돈 벌고 일하기 위해, 동등한 권리를 찾기 위해, 월경을 장애물로 인식하는 것은 스스로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월경을 금기나 짐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좀 더 근원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싶습니다. 저는 여성이 남성을 닮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세상이 천시했던 어머니들의 노동의 가치를 발견하고, 복권하고, 재구성하는 것에서 그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대안생리대를 직접 바느질하면서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