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이 음악 좋다

아포칼립티카(Apocalyptica) - Nothing Else Matters, 단일성의 확인

이동권 2022. 8. 12. 13:51

아포칼립티카(Apocalyptica)


첼로, 첼로에 대한 나의 명상은 바이올린보다 어정잡이였다. 나는 세상의 일에 대해 단일성을 깊게 믿고 있기에 현악기의 줄기는 바이올린, 그것으로부터 모든 현악기들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또 악기라는 것은 다시 음악으로 이어지고, 음악은 예술로, 예술은 인간으로, 다시 인간은 악기로 이어지는.... 그런 순환의 고리에 있다고 여겼다.

나의 이런 생각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났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이며, 번뇌와 고통과 악도 또한 즐거움과 행복과 선으로 분리할 수 없는 전체의 한 부분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괴로움과 부정도 자아를 지나치게 중요시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믿었다. 독재도, 극우보수도 그들만의 자아에 치중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무척 못마땅했다.

명상, 음악에 대한 섬세한 느낌,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는 모든 일 등 모든 인간사 중에서 사색을 하는 시간은 모두 자아를 잊게 하고 모든 것을 하나로 인식하는 것, 즉 단일성에 몰입하는 것이며 자기 구제의 노력이다. 물론 이 노력은 평탄하지만은 않다. 종교마저도 자아의 몰입, 다른 종교와의 투쟁, 획일적 믿음으로 일관되어 오지 않았는가. 결국엔 인간이 산다는 것인데.

사람의 운명, 인생이라는 것은 수학과 같이 풀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저 인생은 인생 그 자체라는 것, 언제나 웃고, 언제나 즐겁고, 언제나 괴롭고, 언제나 위태롭더라도, 그것은 단일성 속에서 체험하고 되풀이되는 하나의 과정이다. 인생은 곧 산다는 것이며, 태어났으니 살아보는 것이다.

메탈리카 음악을 첼로로 연주한 아포칼립티카의 음악을 들어보았다. 이들의 불가사의한 음색을 들으면서 대중들에게 시끄럽게만 느껴졌던 록 음악이 이렇게 놀라운 음색으로 변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래, 모든 다양성 뒤에는 단일성이 존재한다.

클래식을 좋아한다면서 록이 시끄럽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록을 좋아한다며 클래식을 어렵다고만 하지 말자. 일체로 환원되는 본질은 곧 음악이며 인간에 있다. 그러나 음악적 취향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어떤 음악의 장르가 낫다'고 얘기하지 말고 '이 음악 장르가 좋다'고 서로 존중하자는 것이다.

아포칼립티카의 연주는 인생의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