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이 음악 좋다

제니스 조플린(Janis Joplin) - Piece Of My Heart, 운명을 이겨내는 힘

이동권 2022. 8. 12. 13:35

Janis Joplin ⓒbritannica


1988년, 내 젊음에 가장 큰 충격을 선사했던 인물은 단연, 제니스 조플린이다.

나는 라이브 영상으로 제니스 조플린의 노래를 처음 들었다. 현란한 댄스와 곱상한 록 발라드가 대중음악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시절, 그녀의 음악은 내 젊음의 대변인이자 자유의 갈망을 해갈해주는 하나의 상이 됐다. 그렇게 그녀는 갈색 갈퀴를 휘날리며 내 젊음의 심장을 향해 달려오는 한 마리의 야생마와 같았다.

그녀는 매우 작은 체구였다. 심장을 파고드는 금속성 음색은 작은 몸에서 기인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성량은 폭발적이었다.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온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흡사 신명 난 굿을 벌이면서 눈이 뒤집혀가고 있는 무당을 연상케 했다. 나는 그녀의 광기 넘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놀라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 멍하니 넋을 잃고 말았다.

나는 그녀로부터 특별한 향기를 선사받았다. 그것은 외모 콤플렉스와 상처로 굴절된 어린 시절을 이겨내고 위대한 음악가로 성장한 그녀의 용기와 의지였다. 또 자신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 고향을 과감하게 버리고 히피의 본거지인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던 열정이었고, 자신의 음악을 통해 고통받고 있는 주위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려고 했던 따뜻함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약과 섹스의 노예가 됐다. 음악가로서는 성공에 길에 들어섰지만 우울했던 어린 시절의 고통에 휩쓸리면서 자신을 버리고 말았다. 결국 그녀는 '코즈믹 블루 밴드(Kozmic Blues Band)'를 결성하고 2년 후 27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 당시 사람들은 27살의 나이에 함께 세상을 등진 '지미 핸드릭스 (Jimmy Hendrix)', '짐 모리슨(Jim Morison)'과 함께 3J라 부르며 그녀를 애도했다.

그녀의 죽음은 나에게 자기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함께 스스로 지켜내고 감당해내는 인고의 의미를 알려 주었다. 인간으로서 온전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삶의 부조리와 맞서 피나는 다툼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또 사는 것에 대해 변명은 필요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생각은 유희일 뿐,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며, 남루한 연륜에 이르렀다손 치더라도 과거에 머물며 사는 것은 부질없는 욕망의 찌꺼기라는 것을.

내가 제니스 조플린의 노래 중에서 가장 아끼는 곡은 샌프란시스코 사이키델릭 밴드 'Big Brothers And The Holding Co' 시절에 불렀던 'Piece Of My Heart', 'Ball And Chain'이다. 블루스 소울 밴드 'Kozmic Blues Band' 시절에 불렀던 'Me And Bobby McGee'도 좋아한다. 그녀의 탁월한 보컬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소울과 파워풀한 라이브가 신묘하기 그지없다. 그녀는 지금도 최고의 여성 보컬로 평가되고 있으며 그녀의 유작앨범 'Pearl'은 대중음악사에서 명반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