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술과 인물

론 뮤윅(Ron Mueck) - 미술사의 선물, 하이퍼리얼리즘

이동권 2022. 8. 9. 20:57

Ron Mueck Mask II 2002. Polyester resin, fibreglass, steel, plywood, synthetic hair, second edition, artist's proof. Private collection. Ron Mueck courtesy Anthony d'Offay, London

 

론 뮤윅의 작품은 출생, 즉 삶의 시작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벌거벗은 모습이 대부분이다. 순수한 영혼의 갈구, 인간사에 대한 담백하고 솔직한 탐구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자 삶에 대한 회고의 성격을 지닌다. 그의 비범한 기술과 섬세한 감각으로 만들어내는 조각들은 인간의 육체와 감정에 대한 편견과 오만을 없애고 순수한 영혼의 쉼터를 제공해준다.

론 뮤윅은 영화나 TV 속의 장면을 스케치하고 독창적인 이미지를 구현해내는 일을 하면서 예술가가 됐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대단한 학벌을 지닌 인물도 아니다. 소위 예술계에는 학벌주의가 팽배해 있어 귀감이 될만한 일이다. 학력보다는 재능과 소양을 높이 평가하는 유럽에서나 가능한 일인 것 같아 굉장히 부럽다.

주위에서는 그를 비판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몇몇 비판자들은 론 뮤윅 작품을 값싼 모델쯤으로 여긴다. 

그러나 대다수의 예술가와 비평가들은 작가주의적 정신으로 만들어낸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의 성과이며, 보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것에서 느끼는 고상함과는 차별화된 대중 감성의 집합체라고 생각한다. 또 시각적 유희나 즐거움에 대해 경멸했던 청교도주의와 추상 혹은 모호함에 대한 혐오, 예술의 귀족주의적 발상에 대한 깊은 불신과 저항이 작품 속에 내재돼 있다고 여긴다.

론 뮤익은 1997년 로열아카데미에서 열린 센세이션(Sensation) 전시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훌륭한 예술가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론 뮤익은 London-based Australian-born 조각가다.)

그는 모델을 구상하고 점토로 이미지를 구체화하면서 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주형을 잡고 실리콘을 입힌 후 섬유코팅(Fibre-Glass)으로 최종 마무리를 한다. 

그의 조각들은 숨 쉬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체적으로 흠잡을 때 없는 근육과 신경조직, 피부와 정맥, 머리털과 인체 비례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현실적이지만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감동과 여운을 준다. 인생을 회고하게끔 한다고나 할까?

특히 그의 작품 '소녀'는 갓 태어난 아이, 평범한 인간이잠 회화에 반영되어 있지 않았던 그동안의 미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그리스도의 참 뜻은 신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고난과 사랑에 있다는 얘기다.

예술은 대중의 삶과 너무나 많이 떨어져 있어 지식인들이나 돈 있는 사람들이 향유하는 문화로 생각한다. 먹고살기도 바쁜 와중에 미술관에 간다는 것은 힘들고 매우 귀찮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에는 광대나 쟁이처럼 예술가들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권위적인 분위기도 한몫한다.

아니다. 민중이 문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나서서 문화를 만들고 영유하고 새로운 세대들의 교양이 되도록 해야 한다. 독자분의 요구와 관심이 필요하다.

민중이 문화의 주체가 되는 그날을 기다리며 극사실주의의 세계적인 작가 론 뮤익을 소개했다. 극사실주의는 민중미술의 모태이자 인간사에 대한 깊은 통찰과 애정이 빚어낸 미술사의 선물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