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그래 그 영화

아메리칸 히스토리 X - 극단적인 혐오가 준 교훈, 토니 케이 감독 1998년작

이동권 2022. 8. 7. 21:12

아메리칸 히스토리 X(American History X), 토니 케이(Tony Kaye) 감독 1998년작


아메리칸 히스토리 X는 미국 사회의 하복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 필름을 단순히, 스킨헤드(대머리)들의 백인우월주의나 뒷골목 깡패들의 잔혹한 일상사라고 단정 짓는 건 애석하다. 이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 놓은 뒷골목 계급의 분노와 절망이 백인우월주의를 통해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기존의 폭력 논픽션들이 만들어낸 선과 악의 대결이나 폭력 미화 같은 작위적인 설정에 구애받지 않는다. 또 일련의 사건들을 부풀리지 않고 일상의 언어 그대로 풀어내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와 같은 감동을 끌어낸다.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대하고, 성스럽다. 그러나 자신에게 오만의 라벨을 붙이고, 자신의 생각에서 벗어난 모든 삶을 폄훼하면 그 가치는 처참하게 무너진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스킨헤드 같은 극단주의자가 되지 않는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보고, 듣고, 느끼면서 그렇게 변한다. 수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주변인들과의 경험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 스스로 타인의 삶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러한 가치를 위, 아래, 좌, 우로 전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영화와 같은 일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

 

흑인을 죽이고 웃고 있는 데릭

 

아메리칸 히스토리 X는 대니(Danny)의 눈을 통해 펼쳐진다. 그는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 대한 리포트를 쓰면서 형 데릭(Derek)을 우상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다음 리포트 주제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증오에 가득 찬 형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제목은 American History X다.

실상은 어떠했을까? 

데릭은 소방관이었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보복을 꿈꾼다. 그것은 흑인과 황인종에 대한 증오심으로 사납게 휘몰아치고, 결국 백인 우월주의자 모임의 우두머리가 된다. 그는 자신의 분노와 미움을 방화와 폭행으로 푼다. 그리고 짐승 같은 살인을 저지른다. 데릭은 경찰에 끌려가면서도 흐트러짐은 없다. 대니는 형의 대범함에 강렬한 인상을 받고 자신도 백인 우월주의자 모임 DOC의 일원이 된다.

데릭은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동안 살아남기 위해 분투한다. 그가 겪은 감옥 안의 세상은 지옥이었다. 배신과 고문을 자행하는 백인들에게 철저히 농락당하고 만다. 데릭은 그제야 백인우월주의가 얼마나 하찮고 편협한 신념이었는지 깨닫는다. 그는 증오와 분노의 대상이었던 다른 인종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것은 내가 아니라 우리라는 것, 서로 나누고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진실로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며 눈물을 흘린다.

3년 후, 출소한 데릭은 동생이 조직에서 탈퇴하길 바란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