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성 라퓨타 - 오염과 비인간화에 대한 고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2004년작

천공의 성 라퓨타(The Castle in the sky), 미야자키 하야오(Miyazaki Hayao) 감독 2004년작

땅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과 함께 살아가자.
씨와 함께 겨울을 나고 새들과 함께 봄을 노래하자.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다. 지극히 소박하고 건강한 미래를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주체가 되어 함께 공존하고 치유하며 소통해야 한다. 만일 그와 같은 요구와 의식이 없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쾌락과 절망, 그리고 영원한 파멸과 죽음으로 인도될 것이다.

생명의 움직임을 느끼는 것, 인간의 영혼이 아름다운 형태로 변화하는 것, 자연이 내린 축복을 따라 찬란하게 타오르는 태양의 빛과 대지의 바람을 찬미하는 것 그리고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천공의 성 라퓨타이다.

나는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보면서 벅찬 감동을 참을 수 없었다. 숨 죽일 틈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나 미래 기계문명과 권력의 횡포에 대한 비판 의식은 천공의 성 라퓨타를 더욱 값진 영화로 만들었다. 음악도 그랬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OST 중에서 가장 산뜻함이 묻어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감히 해본다.

이 영화는 첨단 과학의 결정체인 라퓨타를 통해 절대적인 과학과 정치권력의 폭력이 그 자체의 힘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들의 정치적인 계략이요, 산물임을 알려준다. 그저 그렇고 그런 미래의 전쟁을 다룬 '스페이스 오페라'처럼 미래 기계문명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로써만 주제를 유출해 내는 것이 아니라 이용주체의 도덕성과 세계관의 순화를 통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미야자키의 영화가 그렇듯, 특정한 장면과 등장인물을 통해 그가 전달하려고 하는 주제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특히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는 독특한 대립구조를 통해 관객들의 즐거움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라퓨타 제국의 후계자인 비밀의 공주(시타)와 아버지의 꿈과 사랑을 찾아 방황하는 슬러그 계곡 탄광촌 소년(파즈)의 신분적 대비가 그렇고, 라퓨타의 에너지 원천을 이용해서 세상을 지배하려는 공공의 악(정부군 무스카)와 시종일관 보물섬 랴퓨타를 향한 욕망에 집착하지만 순수하며 인간미 넘치는 아니키스트 해적(도라 일당)의 선악의 대비가 그렇고, 라퓨타 상층부(거대한 나무와 초록빛 정원으로 가꿔진 자연의 낙원)와 라퓨타 하층부(전투 로봇들과 대학살용 빔 무기가 있는 힘의 보고)의 대비가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라퓨타는 가장 중의적인 이미지를 지닌 존재로서, 상층부로 시타와 파즈를 이끌고 하층부로 무스카와 도라 일당을 이끌면서, 주체의 의지에 따라 라퓨타가 낙원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 있음을 의도적으로 알려 준다.

천공의 성 라퓨타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성공을 통해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하고 처음 세상에 낸 작품으로서 걸리버 여행기에서 등장하는 방랑의 섬, 라퓨타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평론가들은 천공의 성 라퓨타를 극장판 '미래 소년 코난'이며, 미야자키 작품의 집대성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라퓨타에서 만난 전투로봇

라퓨타의 비밀을 캐기 위해 후계자 시타를 납치한 정부비밀기관(국정원과 비슷한 정부 기관)무스카는 그녀를 본부로 후송하는 도중에, 라퓨타의 보물을 노리는 해적단 도라 일당의 습격을 받는다. 시타는 어느 쪽에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 결국 비행선 창문 밖으로 도망치다 추락하게 되다. 그러나 그녀의 목에 걸린 비행석의 힘에 의해 공중에 떠서 천천히 지상에 내려오게 된다. 그러나 실족의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상태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시타를 발견한 탄광촌의 견습공 파즈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와 보살펴준다. 그러나 비행석을 노리는 무스카와 도라 일당의 습격은 다시 시작되고 한바탕 대추격전이 벌어진다. 파즈는 시타를 보호하며 도망을 치다 철교에서 떨어져 위기를 모면한다. 물론 비행석의 도움 때문이다.

파즈는 아버지의 억울한 오해를 풀고 비행사로서의 명예를 회복시키려는 꿈을 지닌 소년이다. 파즈의 아버지는 비행 도중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보셨다고 말했으나, 사람들에게 미친 사람이라는 따돌림을 받으며 돌아가셨다.

길을 잃은 파즈와 시타는 다행히 지하 갱도에서 금을 찾는 포므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포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비행석의 이야기를 듣고 파즈는 라퓨타의 존재를 더욱 확신하게 된다. 꼭 찾아서 아버지의 오명을 씻어주리라 다짐한다.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갱도에서 나오자마자, 시타와 파즈는 무스카 일당에게 잡히게 되고 결국 시타는 무스카로부터 자신의 출생과 라퓨타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된다. 무스카는 시카에게 라퓨타로 가는 길을 인도하지 않으면 파즈가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