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떻게든 자기를 희생하게 된다.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데 굉장히 평화롭고 행복하다. 우연이나 억지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 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세상 무엇도 진정한 사랑을 막을 수 없다. 사랑은 삶의 변화에 따라 요동치거나 험난한 사건사고 때문에 쉽게 꺾이는 것이 아니다.
가끔 사랑은 심하게 뒤흔들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평온하며 정도를 따르다. 다시 말하면 사랑은 충동적이거나 파괴적이지 않다. 양심을 희생시켜 얻는 사랑은 억제할 수 없는 욕망일 뿐이다. 그러나 양심의 만족보다 쾌락과 광영을 충족하기에 바쁜 사람들이 있다. 사랑도 거기에 붙쫓아져서 따른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랑은 어느새 힘을 잃고 만다. 영화 <그대와 영원히>는 지고지순한 마음만으로는 사랑을 지킬 수 없다고 말한다. 사랑이 우리가 살아가는 근본이라고 여긴다면 양심을 저버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950년대는 먹고 살기가 참으로 힘든 때였다. 당시 제작된 영화들은 부자들과 지식인들의 얘기들로 채워져 있지만 실상 그 시대의 민중의 가난은 말로 하지 못할 정도로 참담했다. 먹을 것이 없어 풀뿌리를 캐먹고, 나무껍질을 벗겨먹는 일도 흔했다. 그래도 사랑을 지키기 위해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았다. 먹고 살기 갑갑하다는 이유로 양심의 가책을 받는 일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주인공 어머니는 갑자기 큰돈을 건네는 그에게 말한다. “굶어 죽어도 네 애비를 닮아서는 못쓴다.”
한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는 하필이면 도둑이다. 그는 무척 에로스적인 인물로, 이성이 마비된 것처럼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재미를 위한 비약적인 영화적 설정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영화를 재미로만 평가하면 조금 곤란하겠다. 이 영화가 전하고 싶은 얘기는 사랑의 의미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말을 아끼고, 끝까지 지지하며, 고통을 감내하는 남자. 이 영화는 상대방의 여건에 관계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행복을 비는 처절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 영화는 교도소에서 출소를 하루 앞둔 광필이 애인 애란을 만난다는 기쁨에 들떠 감방동료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작된다. 광필, 달수, 상문은 소매치기 깡패 소년들이다. 광필은 빵집에서 일하는 애란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하지만 광필은 애란을 좋아하는 달수와 가끔씩 다툰다. 어느 날 미군 창고를 털다가 세 소년 중 광필이 잡혀 소년원에 간다. 팡필이 애란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그녀와의 사랑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겠다. 그런데 애란도 마찬가지다. 힘겨운 환경에서 도피하기 위해 술집에서 웃음을 판다. 광필은 면회 온 애란이 술집에서 일한다는 말을 듣고 탈옥해 그녀를 찾는다. 하지만 광필을 잡으러 온 형사와 싸우다 그를 죽여 10년 형을 선고받는다. 출소 후 광필은 다시 애란을 만나러 간다. 하지만 감옥에 있을 동안 왔던 편지와 소포는 모두 지난날의 과오를 씻고 신부가 된 친구 상문이 보낸 것이었고, 애란은 달수와 결혼해 살고 있었다. 게다가 애란은 죽을 날을 받아놓은 시한부였다. 달수는 카바레를 경영하는 암흑가 조직의 보스로 컸다. 달수는 광필이 출소하자 애란의 연정에 질투심을 느끼고 광필을 제거하려고 한다. 하지만 달수의 조직은 마약밀수 혐의로 경찰에 쫓기다 일망타진된다. 광필은 애란이 위중하다는 것을 알고 임종을 지키러 병원에 달려간다. 하지만 달수는 광필을 지하실로 유인해 죽이려 한다. 광필은 달수를 격투 끝에 죽이고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애란의 병실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미 그녀는 죽은 후였다.
이 영화는 삼성영화사가 군자동에 세운 삼성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삼성스튜디오는 120평에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제작한 대규모의 세트장이었다. 한국 영화계는 1950년대 후반부터 영화 제작편수가 늘어나면서 기술 수준 개선이 필요하게 됐고 줄지어 세트장을 건설했다.
국내에 세워진 세트장들은 1956년 7월부터 미국과 일본의 영화계를 시찰하고 돌아온 몇몇 영화인들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세트장들은 1957년 미국의 아세아문화재단에서 원조받은 기재를 관리하기 위해 세워진 한국영화문화협의 정릉 스튜디오를 시작으로 삼성영화사의 군자동 삼성 스튜디오, 수도영화사의 안양촬영소가 같은 해에 설립됐다. 이 영화의 가치도 거기에서 찾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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