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강경대 평전

048. 서울시경 제1기동대 1중대 박석진 일경 양심선언

이동권 2021. 11. 22. 13:45

저는 군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대학교 1학년생이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운동권도 아니었고 단지, 이 사회에 내 주위가 어떤 모습인가를 인식하려고 노력했던 학생이었습니다. 


작년 6월 입대를 하고 두 달 만에 전경이 되었습니다. 학교 주변에서 자주 보아왔고 근거도 없이 적대감을 가져왔던 전경이 된 것이었습니다. 서울시경 직할 제1기동대 본대의 대원으로서 많은 진압에 참가하면서 한 때는 대학생이었고, 현재는 전경이라는 이중성으로 많이도 괴로웠습니다. 나에게 돌을 던지고 화염병을 던지는 학생들을 미워할 수도 없었고 더욱이 학생들을 욕하는 선임과 내 졸병들도 전 욕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도 나와 같은 젊은이이고 함께 고생하는 동료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린 함께 술 마시고 함께 즐거워했고 함께 아파했던 젊은이들이었는데 도대체 누가, 무엇이 이따위로 우리 젊은이들을 완전히 적으로 만든 것입니까?


얼마 전 강경대 군의 어이없는 죽음이 있었습니다. 그를 누가 죽인 것일까요? 단지 전경만이 처벌되어야 할까요? 누가 그들을 백골단으로 만들었는지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것은 폭력과 압박이 아니고는 지탱되지 못하는 이 부정의 하고 부도덕한 정권이 아닐까요.


더 이상의 학생과 전경의 죽음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더 이상 방독면 속에서 우는 전경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 같이 진압복을 입고 방독면을 쓰고 고생했던 전경 동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진정으로 학생들이 우리의 적일까요? 정말 학생들이 던지는 화염병과 돌 때문에 우리가 다치고 고생하는 것일까요? 왜 우리가 돌과 화염병을 막아야 합니까? 우린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에 왔습니다. 더 이상 국민들과 학생들을 상대로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싸울 순 없습니다. 


이 땅의 올바름을 위해서 참 많은 젊은이들이 다치고 또 죽어갔습니다. 얼마 전에 강경대 군이 죽었고 또, 분신으로 얼마 전까지 친구였던 학생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동료인 전경이 구속되어 자신의 인생에서 일탈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함께 분노했지 않습니까? 전경이 무슨 죄가 있냐고…….


맞습니다. 우린 죄가 없습니다. 우릴 누가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국민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왜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죽어가고 구속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봅시다. 


일반 전경으로서 동료들에게 촉구합니다. 


1. 시위 진압 시 노동자, 학생, 시민들을 구타하지 맙시다. 
2. 부대 내에서 하급자들에 대한 구타, 가혹행위를 하지 맙시다. 
3. 제2, 3의 양심선언으로 전경들의 양심적 행동을 촉구합시다. 
4. 학생과 전경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현 정권은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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