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가까이에 있다. 점심 먹고 산책 겸 둘러보기 좋은 장소다. 호젓하고 넓은 마당과 시원시원한 건물들, 상쾌한 날씨를 한가롭게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문화가 있는 날’인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관람료마저 무료라 웬만하면 이날은 꼭 찾으려고 노력한다.
평일 ‘문화가 있는 날’을 찾아 먹는 즐거움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에 거주하는 자의 특권이다. 평일에, 그것도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국립현대미술관에 들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각자 생업에 있고,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문화가 있는 날’ 미술관 무료 관람은 그림의 떡이다.
여전히 미술관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술관이 사람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기에는 ‘마음의 거리’가 있어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카페테리아, 푸드코트, 티하우스, 갤러리 아트 존 같은 공간이 잘 꾸며져 있지만 사람들이 별로 없다.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지 않아서다. 반면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삼청동, 북촌, 서촌, 인사동, 안국역 일대에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무료 문화공간과 맛집, 체험공간 등이 있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그래야 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편안하게 찾을 수 있도록 문턱부터 낮춰야 한다. 부담스럽고 어려운 전시 주제를 다양한 층위로 나눠 구성할 필요가 있다. 또 전시와 연계된 오프라인 프로그램(공연, 교육, 영화 등)을 개발하고, 소수자들을 위한 혜택을 대폭 넓혀야 하며, 표현의 자유 또한 완벽하게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문화가 있는 날’을 마지막 주 ‘수요일’이 아니라 마지막 ‘일주일’로 바꿔야 한다. 사람들이 여유가 될 때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아직까지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우선 ‘문화가 있는 날’을 ‘평일’이 아니라 ‘주말’로 바꿔야 한다. 쉬는 날이어야만 미술관에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을 그나마 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1월부터 ‘문화가 있는 날’ 제도를 시행했다. 이 제도는 문재인 정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까지 유지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좀 더 많은 국민이 양질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가 있는 날’을 대폭 확대하는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문화가 있는 날’에 즐길 문화체험
영화 - 전국 160개가 넘는 영화관에서 저녁 6~8시 사이에 예매하면 5천 원에 영화 관람.
공연 - 국립극장, 문화회관 등 주요 공연장에서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다양한 공연 관람.
박물관 & 미술관-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
문화재 - 경복궁, 창덕궁 등 전국 문화시설 무료 관람.
도서관 - 전국 도서관 야간개방, 일부 강좌 및 영화 상영 무료.
템플스테이 - 주말 휴식형 프로그램에 한해 30% 할인.
국립자연휴양림 - 4월부터 11월까지 당일 무료 입장. 주차료나 시설사용료 등은 별도로 지불.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는 문화시설과 각종 혜택에 대한 내용은 통합정보안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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