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여행과 사색 34

금강산 - 등산과 해수욕이 어우러진 여름 피서지

정말 '그리운 금강산'이다.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까? 한반도 정세와 정치 여건이 나아지길 기다릴 수밖에 없으니 안타깝다. 내가 금강산을 다녀온 지 20년이 넘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금강산 관광길이 열린 틈에 서둘러 다녀왔다. 언제 또 막힐지 모르니 말이다. 뜨거운 여름이 되면 금강산에는 젖빛 솜털 잎에서 향기가 나는 '쑥'이 담홍자색 꽃을 피우고, 납작한 달걀꼴 잎의 '명아주'가 이삭 모양의 황록색 꽃을 피운다. 여름 금강산은 봉래산(蓬萊山)이라고 불린다. 봉은 쑥 봉(蓬) 자요, 래는 명아주 래(萊) 자를 쓰며, 등산로마다 이어지는 절벽과 폭포와 담, 소를 뒤덮는 봉래의 모습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여름 금강을 찾는다. 여름 금강산은 짙은 안개와 바람, 비가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날이 많아 변화무쌍한..

무등산 - 빛과 소리의 연금술사

무등산이 도립공원에서 대한민국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무등산 국립공원은 수십 개의 능선과 기암괴석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하지만 군부대 때문에 통행이 제한돼 등산객들은 이 멋진 풍광을 먼발치에서만 볼 수 있었다. 국립공원 승격으로 정상 개방이 간헐적으로나마 적극 추진된다. 무등산 국립공원은 가벼운 마음으로 ‘워킹’하면서 자연의 오묘한 정취를 감상하기에 아주 좋은 산이다. 자연을 벗 삼아 사박사박 걸으면 무등산 산장에서 정상까지 3시간, 증심사에서 정상까지 4시간이 소요된다. 따사로운 태양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동안 산마루 넘어가는 흰 구름을 쫓아 마음을 움직인다. 좁거나 굴곡진 산길을 따라 올라서면서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는 다짐의 시간도 갖는다. 그럴수록 무등산은 더욱 넓은..

한라산 - 제주의 하늘과 까마귀를 만나다

제주도는 모든 것이 이국적이고 새롭다. 정교하게 제 풀잎을 잘라 거리를 수놓은 야자수 잎도 그러하고,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을 깎아 만든 돌하르방도 그러하며, 아름다운 빛깔로 넘실대는 초원의 조랑말도 그러하다. 제주도는 울창한 자연림과 청명한 바다가 있어 산 생명들을 먹여 살린다. 자기만 알고 사는 어리석은 인간에게 자연의 은덕을 알게 한다. 풍요와 자비의 이름으로 펼쳐진 성스러움으로 일상의 고단한 마음을 달래준다. 나는 자연만이 물질문명의 유일한 치유책이자 희망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자연만이 인간이 살길이다. 제주도 중앙에는 하늘이 지척에 가깝고 신령스러운 기운과 광대한 초원이 아우러진 곳, 옛날부터 삼신산으로 불릴 만큼 신묘한 명산으로 알려진 한라산이 있다. 제주 중앙을 막고 서서 흐르는 바람을 고..

팔공산 - 자연의 온기를 팔고 사는 세상

대자연으로 가는 길에서는 항상 마음이 숙연해진다. 혼탁한 일상을 모두 떨쳐내고, 곪아 터진 삶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 마음일 테다. 나는 오늘도 머릿속에서 부서지는 수많은 사유를 떠올리고, 속절없는 세상의 꿈을 조심스럽게 베어내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이곳도 역시 각종 편의시설과 위락시설이 나를 가장 먼저 반긴다. 산을 유유자적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이들은 암벽을 타거나 야영하면서 산에 푹 안긴다. 산이 좋고, 산에 가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어딜 가나 돈 냄새가 풀풀 풍긴다. 산도 마찬가지다. 유원지가 들어서고, 유흥업소가 세워지고, 거기서 떠들썩하게 놀기 바쁜 사람들이 돈 냄새를 풍기며 산을 찾는다. 마음을 내려놓는다. 이런들 어떠하랴. 산이 모두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