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술과 인물

의미작용 달리하는 병치의 미학, 황기훈 ‘마크 어브 플라워’ 전

이동권 2023. 5. 28. 17:43

전시장 전경 ⓒ마스카

 

황기훈 작가가 만들어낸 이미지는 항상 기발하고 유쾌하다. ‘이게 뭐지?’ 하며 한참 키득거렸던 적도 있었다.

 

황 작가의 작품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그와 아는 사이여서 일게다. 얘기도 나누고, 어떻게 사는지 알고 있으니 작품이 더 잘 보이고, 의미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모르는 사람이 볼 수 없는 부분까지 보인다.

 

황 작가를 만나고 그의 작품을 봐오면서 작가가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새삼 느낀다. 물론 자신의 작품세계를 완성해 나가고, 미술계에서 인정을 받고, 콜렉터들의 지지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유념해야 하는 건 대중과의 ‘교류’다.

 

대중과의 교류는 별다른 게 아니다. 전시장에서 관람객을 만나 대화하는 일부터 하면 된다. 전시 기획자가 관람객에게 작품을 소개하는 언어화 과정보다 작가가 직접 관람객을 만나 눈빛과 음성으로 나누는 감정의 교류가 자신의 예술세계를 알리는데 훨씬 효과적이다.

 

관람객들도 어려워할 필요 없다. 전시장을 지키는 작가들 대부분 관람객들이 말 붙여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황 작가는 사실 말수가 적고 부끄러움도 있지만 엉뚱하고 순진한 면이 있어서 친근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작가다. 혹시라도 전시장에서 보게 되면 먼저 편안하게 말을 걸어보길 바란다. 그럼 작가와의 교류는 시작되고, 작품도 달리(?) 보일지 모른다.

 

씨앗봉투 1-8 Korean ink, acrylic on strawboard, 30 x 21cm, 2023 ⓒ마스카

 

황기훈 작가의 ‘마크 어브 플라워(Mark of flower)’전이 6월 11일까지 연남동 마스카에서 열린다.

 

황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여러 이미지와 오브제로 씨앗이 싹을 틔우고 그 유전자 속에 각인된 꽃이 변함없이 그 색과 형태 그대로의 꽃이 되는 과정을 표현했다. 인간이 똑같은 형질의 유전자를 지닌 인간으로 대를 잇는 것과 유사한 의미를 지녔다 할까.

 

황기훈 작가는 직접 디자인한 여러 기호에 다른 성격의 이미지나 오브제를 뒤섞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현한다. 그는 이를 병치(juxtapose)라고 표현한다.

 

병치는 서로 다른 A와 B를 한 곳에 배치하는 것으로 예로부터 예술가들이 많이 써왔던 창작방식 중 하나다. 그의 병치가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된 점은 병치의 대상이 일상에서 버려지거나 밀려난 파편이라는 것이다.

 

황 작가는 병치관계로 미술의 서사적 기능을 탐구하면서 자신만의 미적 기준을 유형화한다.

 

 

LEGOcarrier lego block, pine, 13 x 7 x 5.5cm, 2021 ⓒ마스카

 

좌) 순환 acrylic on canvas, 180 x 130cm, 2023 / 우)not empty acrylic on canvas, 160 x 130cm, 2023 ⓒ마스카

 

파도 위의 배 pine, merubau, 13 x 7 x 5.5cm, 2021 ⓒ마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