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웃음 속에서 삶을 포식하고, 온화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시대의 상처를 품에 안았던 강경대. 역사의 아픔인지, 운명의 조롱인지 경대는 무거운 절망을 짊어지고 끝내 산화했다. 하지만 절망은 분노가 되고, 분노는 뜨거운 용기와 의지로 꽃피어 거대한 혁명을 만들었다. 더 이상 춥다 하지 마라. 더 이상 배고프다 하지 마라. 끈기 있는 사랑과 인내만이 경대의 죽음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참으로 고되다.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경대를 떠올리자. 그렇게도 아름다웠던 구국의 아들을.
노태우 대통령은 강경대의 죽음에도 꿈쩍하지 않고 국민을 기만하는 망발을 했다. 오만한 군사독재의 실체가 무엇인지 뚜렷이 보여줬다.
“현재 민주화가 이뤄진 상태에서 돌멩이와 화염병이 난무하는 대학가의 불법 폭력 시위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이 말은 강경대의 죽음을 애도하는 많은 국민들의 격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전국은 점점 민주화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6월 항쟁 때와는 많이 달랐다.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숙성되지 않았고, 시위는 일부 학생들이 주도하고 시민들이 호응하는 정도로 기세가 약했다. 이런 이유로 전남대 박승희는 분신을 선택했다.
“정권타도에 함께 힘썼으면 하는 마음에 과감히 떠납니다. 불감증 시대라고 하는 지금 명지대 학우의 슬픔과 연민을 가지다 다시 제자리로 안주해 커피나 콜라를 마시는 전남대 2만 학우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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