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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잔디협회 - [인터뷰] 잔디재배농가 김희수 씨 “좋은 잔디? 관리도 중요”

이동권 2023. 3. 10. 20:51

김희수 씨

 

잔디밭으로 개간한 논에서 40×60cm 크기로 잔디가 떼어지고 있었다. 잔디는 윤이 나고 우거져 푸르렀다.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잔디에는 이슬이 맺혀 은구슬처럼 반짝였다. 잔디를 한 움큼 쥐어보니 단단하고 포근했다. 잔디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좋은 잔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잔디였다.

 

‘간지’ 나는 선글라스를 쓰고 땀을 뻘뻘 흘리는 농민이 잔디를 땅에서 떼어 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장성 구산마을에서 잔디밭 3만 평을 재배하는 김희수 씨다. 김 씨가 떠낸 잔디는 어느새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잘려 한쪽에 쌓였다. 바닥정리가 잘 돼있어 잔디는 반듯하고 가지런했다. 그는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한해 길러낸 뗏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잔디 뗏장을 봐라. 두께가 2~3cm가 되는 잔디가 최고 좋다. 아래를 보면 퇴비 층이 보일 것이다. 퇴비를 많이 뿌려 키운 잔디라서 층이 두텁다. 이 잔디를 사간 사람은 당분간 퇴비를 안 줘도 된다. 소비자들이 아주 좋아한다. 잔디의 밀도도 균일하고 촘촘하다. 뿌리가 풍성하고 조밀하다. 이런 잔디는 아무 데나 던져놔도 산다. 좋은 잔디를 고르는 방법은 생산자의 조언을 믿고 구입하거나 시공을 맡기는 게 최선이다. 관리도 전문가가 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잔디도 다 망가진다.”

 

좋은 잔디는 보기 좋고 관리 잘한 잔디

 

우중충한 회색도시를 쾌적한 녹색도시로 만드는 웰빙테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기 좋고 관리하기도 편한 잔디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반질반질하게 깔린 잔디는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고 생활의 질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어 골프장, 공원뿐만 아니라 주택의 정원 조성용으로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내 집 앞마당을 녹색환경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잔디를 고르는 방법부터 알아야 한다.

 

“좋은 잔디는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차이가 있다.(웃음) 일단 보기 좋아야 한다. 잘 가꿔서 풀 없이 밀도가 높은 잔디가 가장 좋다. 농장에서 출하하기 전의 상태가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2년 지나면 찌꺼기 층이 생긴다. 물 빠짐이 좋지 않으면 죽기도 한다. 좋은 잔디를 고르는 것도 중요한데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잘 따져서 결정해야 한다.”

 

옥상정원 같은 곳에 가보면 잔디 사이사이로 듬성듬성 풀이 난 것을 본 적이 있다. 풀들이 고개를 쑥 내밀고 바람에 가드락가드락하는 꼴이 여간 보기 싫은 게 아니다. 쑥쑥 뽑아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때에 맞춰 제초 작업을 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잔디를 심은 뒤 얼마지 않아 잡초가 나면 무작정 좋지 않은 잔디라고 단정하는 사람도 있다.

 

“잔디를 떼어낼 때 풀이 없어 보여도 시공하고 1달이 지나면 풀이 난다. 소비자들이 항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풀이 없어도 씨가 날아와 잡초가 자랄 수 있다. 학교 운동장에도 제초제를 1년에 2번 정도 뿌려줘야 한다. 제초제를 뿌릴 때는 1주일에서 15일 정도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 그 뒤에는 마음껏 이용해도 인체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잔디의 생명은 관리다. 잔디 관리를 잘해야 한다. 시공이 끝난 뒤 전문가들에게 관리를 맡기면 좋은데 직접 관리하다 보니 잔디가 보기 좋지 않게 된다.”

 

장성군에는 지방에서 처음으로 잔디관리사 교육과정이 생겼다. 과거에는 과천에서만 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만 군의 배려로 교수를 초빙해 장성에서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우리나라 기후와 토질에는 한국잔디가 최고

 

잔디는 기후에 따라 한지형 잔디와 난지형 잔디, 지역에 따라 서양잔디와 한국잔디로 구분한다.

 

한지형 잔디는 서양잔디로 한국잔디에 비해 푸름이 오래가고 잔디 색이 짙으며 촉감이 부드럽다. 기온이 낮고 일조량이 적으며 건조한 기후에 강하다. 하지만 다듬거나 가꾸기가 다소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서양잔디는 재료비와 조성비용이 비싸고 관리도 한국잔디보다 3~4배 더 들어간다. 또 더위와 병해에 약하고 잔디 깎는 횟수도 많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켄터키블루그래스, 벤트 그래스 등이 대표적이다.

 

난지형 잔디는 한국잔디다. 서양인들은 한국잔디를 골드그라스라고 부른다. 한국잔디는 겨울에 금빛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한국잔디는 햇볕이 내리쬐고 무더우며 비가 많은 기후에 강하고 관리가 용이하며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식재하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아 일반인들이 선호한다. 한국잔디류와 버뮤다그래스 등이 대표적이다.

 

김희수 씨는 잔디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한국잔디(중지)를 뗏장으로 구입해 설비하라고 추천했다. 우리나라 기후와 토질에는 한국잔디가 가장 잘 맞다는 얘기다.

 

“장성에서 키우는 중지는 생명력이 강하고 어떤 용도나 토질에도 잘 어울린다. 한국 기후에도 잘 맞고 유지비도 저렴해 주택이나 공원, 학교 운동장에 사용하면 좋다. 학교 운동장에는 인조잔디가 많이 깔려 있다. 인조잔디는 수명이 다하면 걷어 폐기물 처리를 해야 한다. 매번 물도 뿌려줘야 하고 배토작업도 해야 해서 유지비가 많이 들어간다. 고무가루먼지도 발생하고 인체에도 좋지 않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인조잔디가 학교 운동장에 많이 깔려 있지만 새로 교체할 때는 한국잔디가 좋을 것이다. 운동장에 가장 적절한 잔디는 한국잔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