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소리가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린다. 연한 쪽빛 하늘이 보이고, 쭉쭉 뻗어 있는 아름드리나무 사이에서는 청명한 빛이 쏟아진다. 보얀 기름이 흐르는 소년의 목덜미가 파란 하늘처럼 풋풋하다. 소녀의 앳된 뺨은 앵두처럼 붉다. 조금만 건드려도 웃음이 까르르, 감성이 와르르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밴드 ‘전기뱀장어’의 앨범 <너의 의미>에 수록된 노래 ‘술래잡기’를 들으면서 느껴지는 감상이다.
이 노래는 어린 시절 첫사랑의 기억을 한 편의 시처럼 담아낸 곡이다. 기분이 산뜻한 노래다. 밴드 구성원들의 얼굴은 평범하고, 나이도 꽤 들어 보이는데 음악은 가뿐하다. 나른한 한숨을 자고 난 뒤 몸이 개운해진 느낌, 하얀 벽지로 깨끗하게 도배된 방에 들어가는 느낌, 땀을 잔뜩 흘린 뒤 샤워를 하는 느낌이랄까.
전작 <최고의 연애> 앨범은 톡톡 튀는 개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노래로 꾸며졌다. 모든 노래가 귀에 익숙할 만큼 리듬감이 돋보였고, 스타일은 잉글리시 락 같지만 그것보다 조금은 연하게 풀어냈다.
앨범 <너의 의미>는 과거 자신의 음악스타일은 꿋꿋하게 고수했다. 하지만 음색은 깊어졌고, 연주와 구성에서 풍부한 감성과 포용력이 감지됐다. 이 앨범은 이들이 원숙기에 이르면 어느 정도의 음악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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