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이 음악 좋다

메리고라운드 - 선물, 대중을 선택한 재즈

이동권 2022. 10. 25. 22:56

메리고라운드


메리고라운드. 실력파 재즈뮤지션들이 만나 새롭게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들의 음악은 감칠맛이 있다. 입술이 파래지도록 달콤하고 시원한 청포도 사탕을 빨아먹는 느낌이다. 사무치게 외로움이 느껴질 때 함께 하면 그 외로움이 사뭇 덜어질 듯싶다. 
 
귀에 거슬리지 않는 악기소리도 좋다. 피아노와 기타, 드럼, 베이스 소리가 보컬의 목소리와 섞이지만 악기들이 개별적으로 제 몸을 터는 소리가 들려, 듣는 재미가 있다. 현란한 전자음에 지친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편안한 휴식과 맑은 악기 소리가 잠자기 전까지 귓가에 쟁쟁거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즐겨 들을 음악이다. 뿅 가는 가사다. 예를 들면 노래 'Our Song'의 가사는 "어릴 적 나의 꿈속엔 파랑새가 살고 있었네. 내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어느 날 파랑새는 슬픈 눈으로 말했지. 네가 어른이 되면 나는 사라지는 걸까. 우린 푸른 숲을 휘저으며 맑은 강을 노래하고 저 아름드리나무 아래 밤새워 별을 셌지"다.  

메리고라운드의 음악이 무엇보다 좋은 점은 가벼운 가운데서도 중후한 맛과 깊이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장르가 재즈지만 어렵고 까다롭다는 선입견을 단박에 깨버린다. 또 이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다양하다. 과일도 달달한 것과 시큼 씁쓸한 것이 있는 것처럼 골라 맛볼 수 있는 음악들이다. 

메리고라운드의 음악은 미풍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상큼하게 사람들을 매혹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함께 앨범을 낼지 모르겠지만 이름만큼은 계속 가져가길 바란다. 

메리고라운드는 보컬 남예지, 피아노 이건민, 기타 이동섭, 베이스 황인규, 드럼 김윤태로 구성됐다. 재즈씬에서 실력파 뮤지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이다. 이들의 활동에서 추측할 수 있는 재즈를 예상했다면 잠시 선입견을 내려놓아야 한다. 메리고라운드는 대중과의 친숙함을 선택했다.  

 

 

 

선물

멀고 먼 길
그 길의 끝에서 나른한 꿈을 꾼다
코 끝 찡한 그 봄날의 기억
눈부신 바람
흩날리는 웃음소리

어두운 바다
그 깊은 곳에서 또 다른 꿈을 꾼다
무지개 같은 너와 나
그리고 바람만 기억하는 이야기들

잊지 않을게 삶이라는 큰 선물
잊지 않을게 삶이라는 큰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