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생활과 건강

바나나, 길쭉길쭉 건강과일 남자에게 좋다

이동권 2022. 10. 13. 23:18


열대 바나나 농장에 가면 향긋한 냄새가 코를 지른다. 찢어진 바나나 잎사귀는 천연의 자태로 번들거린다. 태양을 영양분 삼아 자란 바나나는 우리가 마트에서 보는 것과 시각적으로 차이가 난다. 보자마자 손이 간다. 가장 다른 점은 맛이다. 열대의 바나나는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농염하고 달달하다. 설익은 바나나를 따서 수입한 것과 비교해서 무엇하랴. 

바나나는 서민들이 즐겨 먹는 과일이다. 명절 제삿상에 올라갈 정도로 친숙해졌다. 바나나의 인기 비결은 아무래도 저렴하고, 먹기 편해서일게다. 요즘 과일은 농약을 많이 쳐서 잘 씻거나 껍질을 깎아 먹어야 한다. 간단치 않다. 하지만 바나나는 껍질을 손으로 벗겨 입에 넣고 어적어적 깨물어 먹으면 그만이다. 칼날이 무디다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어디까지나 사견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내놓은 바나나의 인기비결은 상당히 신뢰감이 있다. 필리핀 청정지역에서 바나나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청과 기업 '스미후루코리아'가 그 이유를 분석했는데 나름 흥미롭다. 

바나나는 '사시 사철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다. 또 특유의 부드러운 과육과 매력적인 향으로 식욕을 돋군다. 때문에 바나나는 아이들의 이유식으로, 성인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바나나의 진정한 매력은 '풍부한 영양소'에 있다. 건강과일로 불리는 '사과'에는 100g 기준 칼로리가 75kcal 함유돼 있는 반면 바나나는 93kcal로 열량이 더 높다. 열량이 높아 살이 찐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을 듯싶다. 하지만 바나나는 식이섬유가 다른 과일에 비해 풍부하다. 포만감을 쉽게 일으켜 폭식을 억제한다. 바나나에 다량 함유된 식이섬유는 고분자 탄수화물. 이 성분은 콜레스테롤 흡수를 막는다. 그 덕분에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위장의 공복감을 덜 느끼게 한다. 게다가 바나나에는 칼륨이 100g 당 358mg이 함유돼 있다. 사과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바나나의 칼륨 성분은 체내 염분 배출을 돕는다. 그래서 붓기 제거에 탁월하다. 

바나나가 무병장수의 보약으로 소개된 적이 있었다. 세계 최고령 남성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던 미국인 '잘루스티아노 산체스 블라스케스'는 "자신의 장수 비결은 바나나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 관료인 '천윈' 전 부총리는 타고난 허약 체질이었지만 매일 식후 바나나 2조각을 섭취한 덕분에 90세까지 장수할 수 있었다. 남미 비루카밤바 지방의 백세 장수 노인들은 바나나로 만든 '레페'란 스프를 매일 즐겨먹는다. 

바나나가 장수를 돕는 이유는, 바나나 특유의 영양소 때문이다. 바나나에는 남성 생식기 기능을 돕는 '브로멜린'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관절염과 부종, 정맥염에 대해 항염증 역할을 한다. 아울러 고기와 함께 섭취하면 단백질 소화를 돕는다. 특히 바나나에는 백혈구를 구성하는 비타민 B6, 면역 증강과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A, 베타카로틴 등이 풍부하다. 그래서 노화 방지와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바나나는 열을 가해도 파괴되는 영양소가 적다. 바나나에는 '폴리페놀' 성분이 있어 안티에이징 효과도 있다. 이로 인해 바나나는 피부 팩으로도 활용된다. 바나나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은 주름을 예방하고 피부 탄력도 증강시켜 준다. 

운동 선수들은 종종 휴식시간에 바나나를 챙겨 먹는다. 운동할 때 바나나를 섭취하면 많은 에너지를 빠르게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나나는 80% 이상이 탄수화물로 이뤄져 열량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다른 음식보다 2시간 가량 빠르다. 또 바나나에는 100g당 우유의 2배에 달하는 33mg의 마그네슘이 포함돼 있다. 마그네슘은 근육과 신경의 기능을 유지하고 단백질 합성을 도와주는 멀티 플레이어다. 물이나 스포츠 음료와 함께 섭취하면 근육 경련을 지연시켜 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바나나의 트립토판 성분은 숙면을 유도한다. 그래서 경기 후 많은 체력을 소모한 선수들이 발을 쭉 펴고 잠을 청할 수 있다. 피로회복 효과가 높은 칼륨도 풍부해 병중, 병후의 기력 회복이나 운동 전 에너지원으로 그만이다. 현역시절 '철인'으로 강철 체력을 과시했던 축구선수 이영표 역시 바나나를 즐겨 찾았다. 

바나나를 오랫동안 신선하게 즐길 수 있는 보관법이 있다. 바나나는 냉장고에 넣어두면 금새 껍질이 까맣게 변색된다. 바나나를 저온(10℃ 이하)에 오랜시간 두면 바나나의 호흡작용이 거의 멈춰 질식 상태가 돼 껍질이 검게 탄다. 이렇게 변한 것은 맛은 떨어지지만, 먹어도 위생상 문제는 없다.

바나나 고유의 색과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온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혹은 많은 양의 바나나를 살 때는 조금 덜 익은 것으로 고르는 것이 좋다. 바나나는 상온에서 송이째 걸어 보관하면 좋다. 철사 옷걸이의 손잡이 부분을 잘라 S자 모양으로 구부린 다음 사용하면 된다. 

알맹이만 먹고 쓰레기통에 그대로 골인하는 바나나 껍질. 알고 보면 일상생활에 유용하다.

가죽을 깨끗히 닦고 싶다면 바나나 껍질을 이용하면 좋다. 어두운 계통의 가죽이 더러워졌다면 바나나 껍질로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 껍질로 가죽의 더러워진 부분에 대고 문지르기만 하면 된다. 바나나 껍질의 안쪽인 하얀색 부분이 아닌, 바깥쪽 노란색 부분으로 문질러야 한다. 그런 다음 마른 천으로 닦아주면 가죽의 광이 되살아 난다. 

바나나 껍질은 하수구나 음식물 쓰레기통, 변기 등 집안 악취의 근원인 곳에서 활용할 수 있다. 해당 장소에 약 3일 간 놓아 두면 천연 방향제 역할을 한다. 바나나 껍질을 냉동실에 얼렸다가 소주와 섞어 믹서기에 간다. 이를 컵에 담아 입구를 틀어막은 뒤 악취가 심한 곳에 놓아두면 된다. 

바나나 껍질은 피부를 진정시키는 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껍질에는 '산화방지제'라는 칼륨이 함유돼 돼 있다. 이 성분이 천연마사지 팩의 역할을 하도록 돕는다. 바나나 껍질을 냉장실에 보관했다가, 세안 뒤 껍질 안쪽 하얀색 부분을 얼굴, 또는 전신에 10분 가량 부드럽게 문지른다. 그런 다음 미온수로 헹궈주면 된다. 이 마사지는 여드름과 건성 피부 개선에 효과적이다.  

바나나 껍질을 햇볕에 완전 건조시킨다. 이를 작은 크기로 자른 다음, 한창 자라나고 있는 식물의 화분에 올려 둔다. 전자렌지나 오븐에 넣어 건조시켜도 된다. 훌륭한 천연 비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