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김지영 참살이 발행인 - 지역축제 국제적으로 키우려면 국가가 나서야

이동권 2022. 10. 3. 22:19

김지영 참살이 발행인


여행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깨우침을 준다. 때론 섬세한 감수성을 불러일으키고, 때론 총천연색 환희를 느끼게 하고, 때론 자연의 경이로움에 쓸려 자신을 성찰하는 미덕도 갖게 하고, 때론 이리저리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면서 오늘을 사는 힘을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으로 떠난다. 가끔, 아주 가끔은 대자연에 묻혀 삶을 명상하다 보면 원숙한 지혜를 터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사리불’을 만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우리는 그냥 그런 사람을 ‘도인’이라고 부르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고민이 있다. 예전에는 ‘돈’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고민은 ‘돈’이 아니라 ‘어디로 떠날까’로 바뀌었다. 유명한 곳에 가려니 식상하고, 먼 곳에 가려니 여러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만만치 않고. 사람들은 마뜩할만한 여행지가 없어 여러 자료를 찾아보다 결국 정하지 못하면 지역 축제를 찾게 된다. 하지만 축제는 갈 때가 마땅치 않아 선택하는 여행지는 아니다. 색다른 재미를 느껴보고 싶거나 지역의 특별한 맛과 정취가 그리운 사람들에게는 제일의 여행지다. 또 아이들에게는 교육이 되고, 직접 체험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여행은 축제가 최고다. 돈이 좀 들더라도 괜찮은 축제가 있다면 사람들은 언제든지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

그래서일까. 김지영 축제전문매거진 ‘참살이’ 대표는 자신만만하다. 수많은 지역축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너무 많지 않으냐’고 꼬집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던진다. 그의 대답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축제가 많아서 낭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렇다고 축제를 없애면 세계인을 유혹할 축제는 영영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는 4만 개의 축제가 있다. 외국에는 더 많다. 외국은 지역에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애를 쓰고 노력한다. 하지만 한국은 관 주도형의 축제가 많다. 꼭 민간이 주도한다고 해서 잘 되는 법은 없다. 민간이 주도하다 망한 축제도 있고, 관에서 하다 민간으로 돌려 망하기도 했다. 정작 축제가 잘 안 되는 이유는 전문가가 없어서다. 축제를 진행하는 사람들의 마인드 문제다. 축제 담당자들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2년 순환보직으로 축제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많다. 당연히 축제에 대해서 잘 모른다. 지역에서 축제를 키우기 위해 6~7년을 맡기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관광학과 같은 데서 교육을 받는다. 축제는 관광과 염연히 다르다. 축제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과가 필요하다. 축제는 4가지로 분류된다. 관광, 특산품, 문화예술, 전통축제로 나뉘는데 각 분야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본다.”

잡지 시장이 불경기다. 참살이도 잡지 시장의 경기를 그대로 타고 있다. 인터넷을 비롯해 스마트한 기계에서 넘쳐나는 정보들 때문에 울상이다. 김 대표의 ‘사업 수완’과 ‘축제에 대한 감각’이 없었다면 참살이는 지금까지 자생하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많이 어렵다. 전문잡지가 국가보조를 받지 않으면 힘들다. 참살이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고 있다. 사람들은 참살이가 국가의 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에서 지원받는 것 없다. 지역 축제 담당자들이 축제전문잡지가 참살이밖에 없으니까 우리를 인정하고 도와주고 있다. 축제도 키우려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예산을 준 것도 오래되지 않았다. 천천히 가는 것도 좋지만 충분히 한국의 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대한민국에서 발행하는 잡지를 검색해보니 현재 참살이는 발행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