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목각인형들이 한동안 깊은 사색에 빠져들게 했다. 마치 피로에 지친 어깨를 감싸주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따뜻하다. 세월을 응고해낸 듯 묵직하게 어깨를 누르는 그 느낌은 신묘하고도 불가사의한 인생이야기 속으로 인도한다. 목인박물관에는 상여를 장식할 때 사용하는 목인이 가장 많은데, 이 목인들은 죽은 자들의 마지막 길동무 역할을 한다. 괜히 코끝이 찡하다.
편안하고 여유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 목인박물관 김의광 관장이 취미생활로 목각인형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30여년. 어느덧 훌륭한 박물관이 됐다. 목각인형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 김 관장은 “수집품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사람들에게 목인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었다”면서 “목인박물관은 민속 목조각에 대한 소중한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하며, 더 나아가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켜나가는데 일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인박물관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나무 조형물들을 전시하는 사립박물관이다. 사립박물관은 개인의 수집품을 전시하기 때문에 매우 전문적이며 독특한 개성이 넘친다. 김 관장의 손때가 묻은 목인박물관도 이와 마찬가지. 이색적이고 다채로운 아름다움이 곳곳에 숨어 있다. 목인박물관에는 상여장식용으로 사용된 목인과 사찰이나 일상에서 사용하던 목조각 인형, 민예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 김 관장이 특별하게 아끼는 조형물은 ‘광대가족’. 하지만 그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모든 조형물 중에서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목인박물관은 1955년 한국 최초로 만들어진 시멘트 건축물이다. 여기에 김 관장은 미려한 미적 감각과 아이디어로 리모델링해 목인박물관을 만들었다. 김 관장은 “예술품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나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 경영이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이라면서 “목인박물관에 오시면 뭔가 얻고 가는 게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혼자만의 그윽한 성찰이 아니다. 서로 소통하고 치유하는 순회의 깊이로 감지되는 것이다. 목인박물관 김의광 관장을 만나면서 우리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그의 인생철학에 깊이 동화됨을 느낀다. 참된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삶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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