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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쐬러 십리포해수욕장 어때요?

이동권 2022. 9. 28. 01:09

십리포해수욕장 전경


십리포해수욕장은 따뜻한 인간처럼 푸근하다. 딱히 럭셔리하지도 않고, 딱히 볼품이 없지도 않은, 평범하고 평온한 바닷가 풍경 그대로다. 하지만 십리포해수욕장은 다른 해수욕장과 다른 점이 있다. 인근에 거대한 소사나무 천연림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소사나무 군락지에서 느끼는 자연의 깊이와 장중한 현장감은 뭐라 말 할 수 없는 기묘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시간의 풍해(風解)를 견뎌내고 자연의 단호한 형체를 그대로 간직한 모습을 보면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보통 낯선 곳에 가면 이질적인 풍경에 질식해서 쉽게 평온을 얻지 못하지만 십리포해수욕장은 다르다. 소사나무의 군락지와 해수욕장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바닷가와 매우 잘 어울려서다. 또 고즈넉하지만 소담스러운 이곳의 풍광은 너무도 평범하기 그지없어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해수욕장에서 숲을 관통하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는 미련 없이 떠난 나그네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순진한 기쁨 속에서 마음껏 포식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 특히 서울에서 가까워 아이들이나 나이든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기 좋은 곳이 십리포해수욕장이다.

와이프와 아이들 등살에 주말이 힘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당일치기 여행지가 있다. 서울 경기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십리포해수욕장’이다. 십리포해수욕장은 시화방조제를 따라 즐기는 ‘드라이브’와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해수욕’까지 겸할 수 있어 당일치기 주말여행 코스로 매우 적절하다. 먼 곳에 가려면 시간도, 돈도 모두 부담이 되지 않은가. 게다가 이곳에는 수명이 130년이 넘은 소사나무 군락지가 있어 신묘함까지 더한다.

십리포해수욕장은 매우 좋다는 칭찬도 없고, 매우 나쁘다는 폄훼도 없지만, 이곳만큼 편안한 곳은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주말 가족여행 애호가들로부터 ‘고향집 같은 곳’, ‘플라스틱 보석 같은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내가 찾아간 코스는 서울(여의도)-> 시화방조제-> 방아다리 선착장-> 방아다리 칼국수(점심)-> 대부도-> 선재대교-> 영흥대교-> 수협공판장(회와 장어구이)-> 십리포해수욕장(천연기념물 소사나무군락지, 저녁)-> 서울(여의도)이다.

서울 종로에서 출발해 십리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도심을 빠져나오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곳은 시화방조제다. 시원하게 쭉 뻗은 도로는 청량감부터 선사한다.

시화방조제는 농경지와 공업단지에 공급할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환경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바다를 막아 문제가 됐다. 시화공단과 반월공단에서 유입되는 폐수와 인근 5개 천의 오수에 대한 대책 없이 방조제가 건설돼 해수 오염이 시작됐다. 특히 수자원공사가 호수의 수질이 오염되자 시화호 썩은 물을 홍수조절을 이유로 방류해 바지락 서식지와 꽃게 산란지가 파괴되는 일도 벌어졌다.

 

지금은 시화호가 많이 달라졌다. 악취와 부패로 악명 높았던 시화호가 많이 깨끗해졌다. 수자원공사가 시화호의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 그동안 노력을 해결해온 결과다.

시화방조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멀리 송도 국제 신도시의 모습도 눈에 띈다. 더 달리면 시화방조제 휴게소 ‘T-light’가 나온다. 이곳에는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제법 많다.

휴게소에 서면 작은 목덜미를 쭉 펴고 수평선을 향해 날아가는 갈매기들이 먼저 눈에 들어와 시원하다. 그리고 2층 전망대에 올라서면 시화방조제와 푸르디푸른 바다가 구겨진 마음을 쫙 펴준다.

시화방조제 휴게소에서 방아다리 선착장을 지나 대부도를 내달리다보면 영흥대교가 나온다. 그리고 영흥대교를 지나면 바로 십리포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서울 종로에서 자가용으로 출발하면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십리포해수욕장에는 모래사장이 햇볕에 부서지며 드넓게 펼쳐져 있다. 파도는 모래와 부서지며 짠 거품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고, 해수욕장 주변에는 갈매기들의 활기찬 날갯짓이 한창이다. 하지만 이곳의 모래사장에는 조개와 굴 껍데기가 많아 맨발로 걷기에는 조금은 부담스럽다.

십리포해수욕장의 물은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해수욕을 즐길 만큼은 되고, 수면은 완만해 아이들이 놀기 좋다.  늘막이 준비된다면 바닷바람이 충분히 불어 여름 더위를 물리치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잘 갖춰진 해수욕장 편의시설은 무료 이용이 가능해 부담이 없다.

십리포해수욕장에는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 있다. 인근에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곳도 제법 되고, 썰물이 돼 물이 빠지면 바지락과 게, 소라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넓은 해변이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