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샛강생태공원 둘러보니, 무대포식 개발은 이제 그만

서울시 홍보 사진

KBS 본관 인근, 서울교를 지나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하류 쪽으로 가다 보면 악취가 심하게 난다. 산책로에는 여름 날파리가 들끓어 눈 뜨고 걷는 것조차 힘들고, 샛강 가장자리에는 각종 쓰레기와 부유물들이 떠다녀 이맛살부터 찌푸려진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개발을 자신의 치적처럼 자랑삼아 얘기해왔다. 하지만 생태공원을 만들면서 전시성만 강조하다 보니 개발 이전보다 좋지 않게 돼버렸다. 

 

(1997년 생태공원 조성 이후 20년 만에 콘크리트 둑을 만들어 물이 흐르게 하는 사업이 시행돼 샛강의 하천 기능은 회복됐다. 과거에 샛강은 물이 흐르지 않아 버려진 땅이었다. 서울시는 1997년 한강 물과 지하수를 샛강에 끌어들여 갈대숲으로 뒤덮인 습지로 조성했지만 여전히 악취는 없어지지 않았다.)

빌딩 숲을 이루고 있는 여의도에 정글처럼 수풀이 우거진 곳이 있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갈대와 억새 군락지'다. 샛강생태공원은 서울시가 55,000평에 조성한 인공습지다. 이곳이 나들이하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났다. 과연 그럴까

샛강생태공원 '갈대와 억새 군락지'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져서인지, 생태를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길이 있어도 길을 발견하기가 힘들 만큼 잡초가 우거져 있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수질 때문이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상류 쪽에는 악취가 날 정도는 아니지만 속이 거북할 정도로 물이 탁했다. 갈대와 억새 군락지와 연못의 수질 상태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억지로 물길을 만들어 자전거도로를 조성한 곳은 물고기 한 마리조차 살 수 없을 것처럼 더러웠다.

생태공원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시키기 위해 방치하듯 관리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샛강생태공원 공원을 조성할 때부터 수질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려가 없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샛강과 인근 공원들이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해 사람들의 외면을 받아서는 안 될 일이다.

무작정 '개발만이 능사'라는 식의 전시행정도 문제였다. 왜 샛강이 더러워지고 훼손됐는지 그 원인부터 찾아봐야 했었다. 4대강 사업으로 전 국토가 멍들어 가고 있는 요즘 다시 샛강 개발사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 단체들도 하천 유역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 계획 없이 시행되는 샛강 개발은 4대강 못지않은 생태계 파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 들어서면 갈대와 억새 군락지를 조망할 수 있는 관찰마루와 자연관찰로가 있다. 이곳에서는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동식물과 곤충들을 눈앞에서 관찰할 수 있다. 갈대와 억새는 모두 외떡잎식물이다. 하지만 갈대는 습지나 호수 등지에서 살고 가운데 줄기가 없다. 반면 억새는 산과 들에서 살며 잎 가운데 줄기가 있다.

자연관찰로를 따라 걸으면 해오라기 숲이 나온다. 그러나 해오라기 숲은 출입이 통제돼 둘러볼 수 없었다. 해오라기는 왜가리과의 새로 통통하며 다리가 짧은 게 특징이다. 이 숲에서는 물쑥, 엉겅퀴, 며니리배꼽, 소리쟁이 같은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샛강생태공원은 자연 생태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구역이 많다. 하지만 꼭 그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둘러볼 만큼 자연관찰로가 잘 조성돼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샛강생태공원에는 연못이 2개 있다. 이 연못에는 오리 떼가 한가롭게 물 위를 누비고, 물아래에는 붕어와 잉어, 각종 어종들이 살고 있다. 연못에는 한강의 물과 여의도역 지하수 방출수가 흘러 들어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사시사철 얼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하지만 자전거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인공적으로 조성된 수로와 공원이 나타난다. 수질은 물론 주변 유역의 환경이 매우 좋지 않아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샛강생태공원에는 관리사무소 격인 '방문자센터'가 있다. 이곳에는 생태공원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를 비롯해 동식물자료실, 시청각교육실 등이 마련돼 있다.

 

영상은 2분 10초부터 소리가 재생된다. 앞 부분은 소리가 유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