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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비밀을 알려주는 김시하 작가의 실재 혹은 환상

이동권 2022. 9. 28. 00:56

김시하 작가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행복을 발견하고 느끼는 능력을 스스로 잃어버린다. 어릴 때에는 작은 사탕 하나에도 행복을 느끼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잃어버리거나 이루지 못한 것들을 애석해하면서 삶을 갉아먹는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실재보다 더 큰 환상을 그리거나, 실재와 환상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김시하 작가는 실재의 삶이 아니라 환상 속의 상을 좇으며 사는 사람들의 삶을 작품에 형상화하면서 "빈 건물과 같고, 영혼의 껍데기인 육체와 같다"고 말한다. 부질없는 욕망을 버리던지, 현실을 제대로 보라는 충고다.

 

"작가는 작품으로 자신의 삶을 대변하는데, 여성으로서 사회와 부딪치는 모든 현실적인 문제들이 이상을 구현하기에 너무 벽이 많다. 제도나 시스템, 구조적인 문제에 답답함을 느낀다."

김 작가는 누군가에게는 환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실재가 되는 현실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마음도 표현했다. 바로 '빈부의 차이'다.

 

"중국에서 7년 정도 살았다. 중국의 부유층과 빈민층은 삶의 간격이 큰데, 빈민층에게는 부유층이 살고 있는 저 집이 실재지만 환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건물과 하늘이 뚝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사진으로 그러한 느낌을 표현했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 때문일까. 극한 대립의 상황이 오히려 평화를 선사했다. 감춰 있을 때는 오히려 불편했던 것들을 까발리고 나니 지독한 평화가 찾아왔다. 왜 그런 것일까. 김시하 작가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현실과 이상, 억압과 분출, 자연과 인공,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등 극한적인 대립을 직시하면서 실재와 환상의 간격을 줄여온 까닭이다. 

“삶의 단면들은 양과 음이 있는 것처럼 따로 있지만 항상 삶에 같이 있다. 나는 전혀 다른 두 가지를 갖다 놓고 그 두 가지 사이에 있는 것을 탐구하고 그것을 바라본다. 그것이 내 작업의 키워드다.”

‘행복을 좇는 삶’은 사람들을 불행으로 이끈다. 진정한 행복은 행복 따위를 생각하지 않을 때, 어딘가에 행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때에만 찾아온다. 더 나은 행복에의 추구와 갈증은 자신을 잃게 하고 인생을 허비하게 만든다.

누구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잘 사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환상만을 좇으면 욕망의 노예가 돼버린다. 따라서 욕망을 버리고 실재와 환상을 제대로 보는 것만이 진정한 행복을 선사하는 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불행한 삶을 한탄하고 환상을 그리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김시하 작가의 전시가 갤러리 쿤스트독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리얼 판타지Real fantasy’다. 리얼은 리얼리고, 판타지는 판타지인데 김 작가는 너무도 다른 의미의 두 단어를 붙여놓았다.

“사람은 누구나 환상을 쫓는다. 그래서 사람이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는 ‘리얼’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이 실재의 삶이고 실재의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판타지는 머나먼 곳, 동떨어진 곳에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가까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