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야말로 창조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활동적이고, 재능이 많고, 봉사정신이 투철하다고 해도 무엇인가를 바꿔보려는 ‘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새롭게 만들어내지 못한다.
강훈(41) AGC주식회사 대표이사는 그런 사람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농민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삶과 연관성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상상을 시작했다. 만약 일로만 치부했거나 농민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시해버렸다면 이 놀라운 제품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으리라.
농민들은 겨울이 되면 비닐하우스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온풍기를 사용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온풍기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유류 온풍기다. 그러나 농가에서는 치솟는 유가를 감당하지 못해 걱정이 많다. 더 잘 살아보겠다고 시작한 농사가 덫이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몇몇 농가에서는 융자금까지 날리는 아픔을 뒤로하고 아예 시설재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강훈 대표는 이러한 현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어려운 현실에 직면한 농민들의 얘기에 귀 기울였고, 또 어떻게 하면 농민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가 새로운 농업용 전기 온풍기를 개발하고 사업을 시작한 직접적인 이유다.
“농민들을 만나면서 좀 더 싸고, 질 좋은 온풍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또 환경문제도 생각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에너지 절감 정책이나 탄소 소비량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AGC전기온풍기의 성능이 매우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 하기 어려운 한국
종소기업을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은 항상 있었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중소기업이 없으면 대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아니 중소기업은 국가경제의 근간이라는 수사까지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자금 확보의 어려움, 대기업의 횡포, 정부의 무관심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상품으로 내놓는 과정 자체가 ‘산 넘어 산’이다.
AGC주식회사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정책이 미비하고 제도권의 다양한 금융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공장 하나 세우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또 AGC전기온풍기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농기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절차 또한 복잡하다. 그러나 강훈 대표는 정부의 지원보다는 실질적으로 ‘인력 수급’이 더욱 어렵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그 뿌리는 역시 자금 문제라 할 수 있겠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특히 우수 인력을 채용하는 부분이 가장 어렵다.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은 회사에 원하는 것이 많다. 임금도 높고 복리후생에 대한 수준도 다르다.”
중소기업의 육성 없이는 지역경제는 살아나지 못한다. 대기업 공장 유치가 손쉬운 방법일지 몰라도 이는 지역경제의 균형과 건강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성장의 기회를 잡지 못하는 중소기업에 정부의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 강훈 대표가 농민들의 어려움을 쉬 넘기지 않고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냈듯이, 정부의 관심만이 중소기업과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 지금은 대기업 봐주기에만 열중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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