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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 마방 조교사·관리사 - 좋은 말을 훈육한 자, 그랑프리를 거머쥐다

이동권 2021. 4. 8. 20:56

사람보다 말(馬) 많고 말(言) 많은 마방(馬房) 사람들

 

경마장을 누비는 말 뒤에는,
마권을 손에 쥐고 가슴을 조리는 사람들 뒤에는
말이 잘 달릴 수 있도록 
키우고 훈육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사나운 겨울바람이 하얀 찹쌀떡처럼 매끄러운 냄새를 풍겼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은 대개 그렇지만 모든 것들이 졸고, 졸리는 듯 움츠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 빛이나 바람 소리, 기름처럼 번들거리는 사람의 흔적들을 찾기 마련이다. 때론 전혀 생각하지 않았거나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데, 이런 것들을 입 밖으로 내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소박한 호기심에서 기인한다. 하염없이 의미를 추구하고 사색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어떤 곳일까’ 떠올려보는 단순한 궁금증인 것이다. 


기자가 찾아간 곳은 마방(馬房)이다. 경마를 즐기는 사람이나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 마필 산업의 활황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정도는 생길만한 장소다.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 옛날 우리나라에서 말은 무거운 짐을 잔뜩 싣고 사대문을 오가던 ‘마바리’나 전쟁터를 치달리고 귀한 손을 태웠던 ‘기마’로 이용됐다.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어 그닥 특별하게 생각할만한 존재는 아니었다. 요즘처럼 세상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말은 여전히 일상의 일부요 언간에 늘 등장하는 소재가 됐겠지만 이제는 여가를 즐기는 오락이 됐고 요행의 대명사, 혹은 사행산업의 천덕꾸러기로까지 치부되고 말았다.


얼마 전 한농연(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은 흥미진진한 얘기를 꺼내 놓았다. 사감위(사행산업통합관리위원회)의 불공정한 경마 규제가 경마를 다시 도박산업의 이미지로 고착화시킨다는 것. 특히 사감위가 객관적 입장에서 사행사업을 규제하지 않고 경마산업 죽이기에 나서 한미 FTA와 농가부채 등으로 찢긴 농심을 절규하게 만들었다고 분노했다.


사감위는 경마산업의 발을 꽁꽁 묶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경마 시설 확장을 중단하고 장외발매소나 인터넷 모바일 베팅을 폐지하며 출입자 ID카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외국이라면 도박성이 짙은 카지노를 규제할 만큼 강력한 정책이다. 나름 사행산업을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굳건해 보여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하지만 사감위는 다른 사행산업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카지노는 문화관광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서 관리, 감독을 피했으며, 장외발매소나 인터넷 모바일 베팅 폐지는 다른 사행산업에 적용하지 않았다. 


마사회 관계자는 “사감위가 사행산업을 규제하는 것은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형평성은 없는 것 같다”며 사감위의 경마 규제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마는 사행산업이다. 돈을 걸고 돈을 따는 도박성이 있고, 여전히 고액을 투자해 불로소득을 노리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 때문에 말을 키우는 농민들을 비롯한 마필 산업 종사자들과 경마를 건전한 레저로 즐기는 사람들이 모두 규제 대상으로 내몰리고 생존권을 위협받는 건 어불성설이 아닐까.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바다이야기’라는 사행성 게임 때문에 만들어진 사감위가 사행성게임물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않는다. 

 

말을 키우는 마방

경마부정이나 승부조작 아직도?


마방으로 향했다. 입구 초소에서부터 경비가 나와 차를 세우고 신분을 확인했다. 경기의 공정성을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감시하고 있다. 지금도 마방은 출입이 자유롭지 않지만 군사정권 시절에는 더했다. 경기가 시작되는 전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조교사, 관리사, 기수들이 출입문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경마가 열리는 날에는 전화선도 끊어 놓았으며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가족들의 외출도 간섭했다. 이때는 일주일에 3일 동안 경기가 벌어져 거의 생활의 자유가 없었다. 마방은 실로 은밀한 공간이었고 모두가 궁금해하는 요새 같은 곳이었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54개조의 마방이 있다. 각각의 마방마다 20~30두의 말이 관리되고 있으며, 총 1,420두의 말이 경주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경마장이 있는 곳은 서울, 부산, 제주 3곳이며, 다른 게 있다면 제주는 조랑말이 경주에 뛴다. 


지금은 출입이 많이 자유로워졌다. 경기 전날 전화를 끊고 마방 관계자들이 돌아다니지 못하게 통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사회가 아직도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을 보면 경마부정이나 승부조작을 꽤 민감한 사안으로 여기는 것은 확실했다. 


경마부정으로 적발됐던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은 ‘경마꾼’들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받고 경마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80년대에는 조교사와 기수, 경마꾼의 부정행위가 자주 적발돼 사회문제가 되곤 했었다. 하지만 조교사 협회, 기수 협회가 만들어지면서 서서히 경마부정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협회는 스스로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정노력이었으며 스스로 자존감을 지켜나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기수협회를 창립한 기수출신 조교사 홍대유 씨는 “친척, 친구를 잊어버리고 살았다”고 털어놓았다. 요즘도 그는 “친구를 만날 때 외부사람과 동석하게 되면 항상 돈을 낸다”면서 “술을 얻어먹고 경마 정보를 알려줬다는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조교사는 54개조 마방 중 6조를 관리한다. 그는 마방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람 중의 하나로 조교사 데뷔 1년 만에 애마 ‘밸리브리’를 그랑프리(GI) 우승마로 만들었다. 기수로 활동할 때도 메이저급 대회를 휩쓰는 등 화려한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다. 


조교사는 말을 소유한 마주와 계약을 맺고 마필을 기르고 훈련시키는 ‘총감독’이다. 기수와도 계약을 맺기도 하지만 순간순간 적절하게 기수를 기용하고 마필을 배치하는 전술을 짜는 ‘머리’ 역할을 한다.


승부조작 사건은 잘 뛰는 마필이 입상권에서 탈락한 뒤 다시 입상하는 방법이 전형이다. 말이 입상권에서 탈락하면 다음 출전에서 50배 이상의 고배당을 받게 된다. 실제로 5년 전에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기수는 경마꾼과 짜고 입상권에서 탈락한 뒤 배당을 올려 우승했다. 당시 이를 수상하게 여긴 마사회 보안과는 폐쇄회로에 설치된 자료를 근거로 해당 마권을 구입한 사람들을 추적해 부정행위를 적발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승부조작을 할 수 있는 방법이 특별하게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경주하면서 특정한 기수를 일등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에는 말을 해코지해 승부를 조작할 수도 있다. 입상이 예상되는 마필에 도핑테스트에 걸릴만한 것을 먹인다거나 상해를 입혀 제대로 뛸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에서나 본 듯한 일이긴 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마방에는 24시간 CCTV가 돌아가며 낯선 이들의 방문을 감시한다. 그러지 않아도 살아있는 생명체인 말은 질병에 걸리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우, 발정기가 되거나 심리적으로 위축감을 느끼게 되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기수가 최대의 능력을 발휘해 경기를 이끌어도 결과는 좋을 수 없다. 따라서 평상시보다 형편없는 결과를 냈다고 해서 이를 승부조작이라고 말하는 것도 다소 무리가 있다.

 

밸리브리와 홍대유 조교사

마방의 하루, 그때그때 달라요


일반인 통제선을 넘어 마방 앞마당에 들어서자 고적한 징후가 느껴졌다. 주위가 아무리 시끄럽게 돌아가도 기지개를 켜고 돌아누워 있는 사람처럼 잠에 취해 있었다. 그때그때 특정한 임무에 몰두하고, 다른 사람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이 동물을 보살피며, 인스턴트 같은 삶을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이상적인 곳이었다. 경기가 열리는 날 만큼은 정신이 없겠지만 조용한 삶을 꿈꾸는 이들은 좋아할 만하다. 큼직하게 썰어 쌓아 놓은 건초 향기와 코끝을 후끈하게 쑤시는 분변 냄새가 싫지 않다면 모든 인류의 관심이 다른 데 머물러 있더라도 괜찮을 듯싶다. 


마방 안으로 들어갔다. 가운데 통로를 사이에 두고 칸칸이 나뉜 우리 안에는 날렵한 꼬리를 늘어뜨린 몸매의 말들이 한 마리씩 들어가 있었다. 말들은 낯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쭉 내밀고 예민하게 귀를 쫑긋했다. 눈빛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순하고 순했는데, 마치 언덕 기슭에 서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목자의 눈빛 같았다. 


홍 조교사는 새벽 5시에 출근해 오후 3시까지 일한다. 마방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출퇴근 시간은 모두 같다. 그가 하는 일은 말이 경주에 뛸 수 있도록 훈육하는 모든 일을 감독한다. 아침에 출근하면 말의 상태를 살피고 관리인에게 작업내용을 지시하며 마방운영과 관련한 업무를 처리한다. 업무는 경마 일정에 따라 요일별로 조금 다르다. 주말에 경기가 끝나면 월, 화요일은 쉬는 날이다. 이날은 일반 잡무 처리와 마필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아픈 말들을 치료하고 훈련도 시킨다. 수요일에는 경마에 어떤 말을 출전시킬지 계획을 세운다. 목요일 오전 10시~11시에는 출마투표가 있다. 이날은 경기에 나갈 기수와 말을 결정한다. 금요일에는 발주조교검사, 주행조교 검사에 참여한다. 말이 비좁은 발주기에 서서 참을 수 있는지, 경주에 나가 뛸 수 있는지 체크한다. 주행검사에서 말은 경기장 한 바퀴를 1분 7초 안에 들어와야 경주에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마방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수시로 생긴다.


홍 조교사는 “마방에는 ‘밤 새 안녕’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경기 전날 마주에게 말 상태가 좋아 경주에서 잘 뛸 것 같다고 말해도 당일 날 새벽에 다리가 부러져 경기에 나가지 못하거나 배앓이하다 하룻밤 사이에 죽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보통 말이 배앓이를 하면 경주마로서 생명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된다. 만약 수술하면 6개월 정도 회복 기간이 필요하며, 회복해도 경주에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말은 소나 염소와 달리 위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내장이 꼬여 죽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원문 관리사는 말을 12년째 보살피고 있다. 관리사가 하는 일은 말 운동시키기, 마분제거하기, 먹이주기, 치료하기 등으로 말을 가장 가까이에서 돌본다. 여름이 되면 목욕을 시키고, 말이 체하면 운동을 시키며,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찜질을 해주는데 발은 냉찜질, 허리는 온수 찜질을 한다.


마분은 삽, 포크, 갈고리 같은 도구를 이용해 치운 뒤 따로 모아두면 전문적으로 치워가는 사람들이 수거해 간다. 마분은 거름으로 쓰이거나 깨끗하게 씻겨 버섯재배에 사용된다. 열이 많아서다.


이 관리사는 “치료는 수의사가 하지만 말의 상태가 어떤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관리사”라며 “고가이기 때문에 말 관리는 고급 승용차를 정비하는 것처럼 철두철미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먹이는 조교사에 따라 다르게 배합된다. 기본 먹이는 사료, 풀(건초), 소금, 발효된 풀 등이며 여기에 설탕, 영양제, 당근, 보양 식품 등을 첨가한다. 보양식에는 인삼, 꿀, 엿기름(발아한 보리) 등을 준다. 말은 단 것을 좋아해 약을 먹일 때는 설탕물을 시럽 수준으로 타서 먹이기도 한다. 


보양식으로 닭고기를 식초에 삭혀 먹이거나 뱀을 먹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먹이는 초식동물인 말이 난폭해지기 때문에 필요할 때만 먹인다.


홍 조교사는 “빅게임을 할 때, 한 방에 올인 할 때 등 가장 중요한 게임에 한 번 써먹기 위해 뱀을 말려 빻은 가루 같은 것을 먹인다”고 말했다.


보양식은 도핑검사 시 마사회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준비된다. 


이 관리사가 돌보는 말에서 카페인이 검출된 적이 있다. 어떤 경로를 통해 먹었는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그는 손에 묻은 커피나 바닥에 떨어진 커피 같은 것을 말이 핥은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는 “추운 날 말고삐를 잡고 있으면 손이 부르트는데도 도핑 테스트 때문에 로션을 바를 수 없다”며 “그래서 외부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아직도 피곤하고 힘들다. 새벽에 일이 많아서 아무 때나 술도 마실 수 없다. 또 마분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가스 때문에 숨이 턱 막히는 일도 많았다. 겨울에는 참을 만하지만 여름은 지독한 인내가 필요했다. 그래도 그는 “말이 1등으로 들어오면 성취감이 있다.”고 말했다. 하는 일이 성과를 내면 만족감을 느끼는 일종의 ‘보람’이다.

살아남기 위해 호곡하는 마방


말은 성격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동물은 모두 주인의 성격에 따라 길러지고, 길들여지기 마련이지만 말은 그 반대다. 성격, 먹는 습관, 노는 방법, 버릇 등 모두 게 제각각인 말에게 사람이 일일이 맞춰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을 컨트롤하기가 힘들다. ‘한번 고집은 영원한 고집’이라는 해병대식 구호가 있을 정도로 말은 제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말은 또 뒷발차기, 앞발차기, 물기를 잘한다. 잘못하다 체이기라도 하는 날이면 뼈가 부러질 정도여서 함께 있는 관리사들도 ‘일격’을 주의해야 한다. 이런 일은 일 년에도 몇 번 씩 일어나지만 못하게 하는 방법은 없다.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다. 말은 분이 풀리지 않으면 무는 버릇도 있다. 


말은 자기 방어에 충실하고 겁이 많은 동물이다. 주인도 알아보지 못한다. 때문에 위협을 느끼면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난리를 친다. 훈련할 때도 언제, 누가 다칠지 몰라 항상 앰뷸런스를 대기시켜 놓는다. 마방에 들어가면 막사 사방이 고무로 빙 둘러져 있다. 흥분한 말이 콘크리트 벽을 가격해 다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 말 참 성격 한 번 고약하다.


이 관리사는 “언젠가 뒷발치기가 허벅지를 한 번 스친 적이 있는데 정말 아찔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마방에서 생활하는 말의 삶은 ‘냉혹’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뛰어 놀다 죽음을 맞이하는 곳이 아니다. 푸른 사과가 차츰 붉어져 먹음직스럽게 변하듯이 경주에 뛸 수 있을 정도로 훈육된 말은 우승해 상금을 뽑아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퇴출이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경주마들의 숙명을 기자가 왜 ‘냉혹’하다고 표현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단어가 가장 자연스럽고 적절할 듯싶다.


경주마의 수명은 1년 6개월이다. 말에 따라 그보다 적게 할 수도 있고, 많이 할 수도 있다. 마방에서 죽는 말은 화장을 시키지만 은퇴한 말은 업자에게 넘겨져 승마장으로 팔려간다. 승마에는 백마가 인기다. 등치가 좋고 순하면 가격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경주에서 우승했던 말은 은퇴한 뒤 씨암말이 된다. 좋은 경주마를 뽑아내기 위해 품종이 좋은 종마와 교배를 시킨다. 교배할 때 가끔 조랑말을 이용해 암말의 수정을 돕는 경우가 있다. 조랑말이 먼저 암말을 흥분시키면 나중에 진짜 종마가 나타나 수정을 하는 것이다. 사정을 하지 못하는 조랑말의 스트레스가 상당하기 때문에 1주일의 한 번은 암컷과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종마는 하루에 2번, 많으면 3번 암컷의 등을 탄다. 


홍 조교사는 “종자가 좋은 말은 노는 것부터 다르다”면서 “몸도 좋고 움직이는 게 빠릿빠릿하다”고 말했다.

 

이원문 관리사가 말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불로소득이라고요? 실제로 해보면 달라요.


경마장에 가면 새삼스럽게 생각나는 단어가 ‘불로소득’이다. 돈 버는 일은 즐겁고 기쁜 일이다. 그러나 불로소득은 노동으로 생계를 꾸리고 다음 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호사스럽고 탐욕스러운 기쁨이다. 극단적인 이들은 경마를 ‘인생의 수렁’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엄숙한 호소나 경고가 아니라 항상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경마꾼들을 바라본다.


세상의 호된 비난과 염려의 대상이었던 경마의 한 축을 이끌어가고 있는 이들은 자신의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홍 조교사는 “사업하다 부도를 내거나 공급횡령한 사람들이 수사기관에 경마로 돈을 다 날렸다고 얘기하면 그렇게 뉴스가 나온다”면서 “이런 황당한 보도나 잘못된 정보가 경마에 대해 부적절한 인식을 만들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별다른 이유 없이 나쁘게만 생각했던 사람들도 경마를 해보고 나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돌아갔다”면서 “이제는 레저로 경마를 즐기는 분위기가 많이 정착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리사는 “경마꾼들이 자꾸 욕심을 부리는 게 문제”라면서 “즐거움을 느낄 정도만 해야 하는데 더 많은 이득을 보려고 하거나 잃은 것을 복구하려고 베팅을 하다 보니까 도박처럼 돼 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유 있는 시간에 시를 쓴다. 지나온 시간을 회고하고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그는 나에게 ‘낙엽은 나의 인생’과 ‘애마의 질주’라는 시를 낭독해 주었는데 이 시에는 고단한 일상에서 발견해낸 삶의 애착과 반성, 일에 대한 자부심과 말에 대한 사랑이 녹아들어 있었다.


마방은 언제까지 금단의 구역이어야 할까? 경마가 멈추고 인간의 욕망이 자자들지 않으면 그곳은 여전히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될 것만 같다.


종다리 울어대는 봄은 아직 멀었지만 얼은 땅이 스러지고 초목이 떨며 일어나면 경마장에는 다시 혈기가 넘칠 것이다. 그날에 다시 마방에 들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