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노석미 화가 - 직접 쓰고 그린 스프링 고양이

이동권 2022. 9. 24. 21:16

노석미 화가



에세이집 '스프링 고양이'를 낸 노석미 화가를 만났다. 그녀는 시원한 바람에 잔물결을 만드는 들판처럼 평화로운 사람이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털어놓는 성품 때문이었다. 

노석미 화가는 서울생활을 접고 10년 전 가평으로 이사 갔다. 그리고 포천을 거쳐 동두천으로 이사 왔다. 도시생활에 익숙했던 그에게 첫 시골생활은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씩씩하고 단호했다.

"도시에 살 때는 그렇게 시끄러운 지 모르고 살았었는데, 시골에 와서 살다 보니까 도시의 소음이 얼마나 큰지 느끼게 됐어요. 외곽이 좋아요. 인구밀도가 낮고 조용한 곳이요. 두 갈래 길이 있는데, 한쪽 길만 가다 보면 다른 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잖아요. 저도 시골생활이 좋은 지 모르고 살았어요. 처음에는 친구들 만나기도 힘들어 외롭고, 갑자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주체를 못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조금만 걸어도 바로 계곡이 나와요. 서울에서는 기껏해야 공원에 가는데. 번잡스럽지 않고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사유하면서,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살고 싶어요."

노석미 작가의 집은 이색적이다. 그 흔한 벽지도 바르지 않았고, 집안 곳곳에는 여러 가지 그림과 인형들로 가득하다. 작업실, 침실, 작가를 하나의 세트로 묶어 놓은 듯 복잡하면서도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특히 가장 이채로운 것은 다섯 마리 고양이었다. 누가 오는지도 모르게 눈을 껌뻑이며 늘어지는 오후를 즐기는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커피를 타고 있는 노 작가를 기다리면서 고양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더니, 가만히 눈을 감은 채 몸을 눕힌다.

"집이 대개 특이하네요?"
"지하실 컨셉으로 집을 꾸며봤어요. 괜찮나요? 그런데, 혹시 고양이 키우세요? 고양이들이 가만히 있네."
"아니오. 전에 토끼 14마리 키운 게 다예요."
"어머, 그래요. 얘들이 이상하네."

노석미 작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제까지 이런 일은 흔하지 않았다는 듯이.

'스프링 고양이'는 노석미 작가가 다섯 마리 고양이 시로, 똘똘이, 후추, 봉봉, 씽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고양이 때문에 울고, 웃고, 애 태우고, 귀찮고, 화났던 일상의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의 글과 재치 있는 그림으로 풀어냈다.

"색다른 코드로 접근했습니다. 가볍고 읽기 편하지만, 진부하지 않게요. 읽는 이와 그림, 글이 만나 새로운 감동을 이끌어낼 것입니다. 어렸을 적 제 꿈은 소설가였어요. 화가지만, 책 작업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아무리 에세이집이라고 해도 고양이에 대한 각별한 정이 없다면 쉽지 않은 일. 그에게 고양이는 어떤 존재일까.

"제가 고양이를 막연하게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면 오해에요. 고양이는 식구 같은 존재거든요. 고양이어서 특별한 게 아니라 같이 오래 살아서 그렇습니다. 전에는 개(犬)랑 많이 살았는데, 고양이와 살아보니 다른 동물과는 살고 싶지 않더라고요. 고양이는 보통 독립적으로 느껴지는 속성이 있어요. 고양이과 동물에게서 느껴지는 특징입니다. 그런 게 저랑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10년을 함께 살아왔지만 아직도 순간순간 고양이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곤 합니다."

아파트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무척 평범하다. 하지만 '스프링 고양이'속에 있는 고양이는 보라색, 노란색, 파란색 털 등으로 덮여 있으며, 눈 색깔도 연둣빛, 분홍빛 등 다양하다. 작가의 애정과 상상력이 곁들여져서다.

"독자들이 작품을 보면서 공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만, 내 의도대로 느끼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조차 발견하지 못한 은밀한 것까지 읽어내는 독자들이 있는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는 놀랍기도 하고 기분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