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술과 인물

유에 민쥔(Yue Minjun) - 냉소적 사실주의의 절정

이동권 2022. 9. 23. 00:56

Free and Leisure-10, 캔버스에 유채, 200×300cm, 2003 ⓒ유에민쥔


모처럼 재밌고 맛난 그림을 봤다. 뛰어난 통찰력과 날카로운 유머로 실존에 대해 질문하게 만드는 작가, 유에 민쥔(Yue Minjun)의 작품이다. 

그는 자신의 웃는 모습을 복제해서 그림의 소재로 사용한다. 정말 완벽한 웃음이다. 너무 완벽해서 뭔가에 의해 강요된 웃음처럼 느껴진다. 그가 이 그림을 그린 이유는 이 사람이 왜 웃고 있는지 관객들에게 묻기 위해서였다.

유에 민쥔은 세상엔 완벽한 것이 없음을,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또 이것이 인간 세계의 우울한 단면임을 은유적으로 말하고 싶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나는 그냥 이 그림이 처음부터 좋았다. 해맑게 웃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작가의 의도가 어떻든, 그의 그림에는 긍정과 낙관이 꽉 찬 '여유'가 있었다.

유에 민쥔은 장샤오강, 왕광이, 팡리쥔과 함께 중국 현대미술 2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웃고, 폭력적인 현실을 외면한 자아를 표현한 '웃음 시리즈'로 전 세계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화면 속 인물을 제거한 '장면 시리즈', 급변하는 중국과 세계에서 헤매는 개인을 다룬 '미궁 시리즈'를 선보였다.

Rolling on the Grass, 캔버스에 유채, 280×400cm, 2009 ⓒ유에민쥔

 

Bystander, 캔버스에 유채, 230×200cm, 2011 ⓒ유에민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