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중한 바람과 광대한 강물이 머물다 사라지는 수력발전소
전라남도 담양댐에 가면
몇십 년을 하루 같이 자그마한 트럭 짐칸에 앉아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아저씨가 있다
알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한결 같이 그 자리에 나와
가슴 아린 트로트와 감미로운 세미클래식을 연주한다
마음이 울적한 날이면 색소폰을 불기도 하고
때론 구슬프게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눈을 감는다
트럭 한편에는 낯익은 연예인들도 다녀간 듯
아저씨와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 군데군데 붙어있다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다
노래가 좋아서 시작했다
아픈 날만 빼고는 매일 나왔다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도 들려주고 싶다
색다른 추억도 안겨주고 싶다
신념이란 참으로 경이롭다
현실의 가치와 판단을 넘어
그가 하고자하는 삶과 예술과 사랑을 위해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모습을 보니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신념은 모든 가치와 이념과 지성과 비평을 넘어
그것이 할 수 없는 일들을 가능케 하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삶은 신념을 지키는 것이다
신념은 곧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