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객석과 무대

[무용] 가고파 - 하나둘 모여 만든 하나의 새

이동권 2022. 9. 4. 16:40

군무, 가고파

<가고파>는 새를 형상화한 무용으로 일제에 끌려간 재일 조선인들의 슬픔을 그린다. 뿐만 아니라 민족의 넋을 지키려는 시련과 통일된 고향땅에 기필코 가리라는 결심도 간절하게 얘기한다.

첫 부분에는 고향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가쁜 팔동작으로 표현한다. 세상의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새들의 특성을 우리 민족의 염원으로 비유한다.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를 보는 것처럼 붙었다 떨어지고, 모았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꼼짝 못 하게 바싹 얽매인 조선의 현실을 보여준다. 현란하고 절도 있는 몸짓과 다채로운 조명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부리와 날개, 다리와 깃털을 섬세하게 묘사한 안무를 보면 이들의 표현력과 상상력에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한편으로는 무용수들의 연기가 너무도 끔찍하고 생생해 가슴이 조이고 마음이 저려온다. 그래서 숨이 턱턱 막힌다.

중간 부분에는 일본에 살면서 당했던 갖가지 시련과 고통에 찬 재일 조선인의 모습을 그린다. 이 부분은 이리저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길을 찾아 나선 새들이 컴컴한 조국의 암담한 미래와 민족의 운명에 맞닿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무용수들은 조국과 민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또 아름답게 지저귀고 미려하게 날갯짓하면서 '오늘의 고통을 인내하고 참아내며 앞으로 달려 나가야 한다'는 가르침도 이야기한다.

마지막 부분은 둘로 갈라져 자유롭게 갈 수 없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새들의 모습을 강렬하게 표현한다. 곧게 뻗은 부리를 치켜들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새들의 모습은 전설 속에 등장하는 전사를 만나는 것처럼 의기양양하다. 또 긴 날개를 펼치고 열을 맞혀 날아가는 모습은 민족의 슬픔과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민족의 정령'과 마주한 듯하다. 아웅다웅 싸울 필요도, 왈가왈부할 다툼도, 눈코 뜰 겨를도 없다. 민족의 슬픔을 웃음으로 버무리면서 하나둘 모여 거대한 하나의 새가 되는 것. 그것만이 필요할 뿐이다.

 

북한의 공연예술은 작품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북한은 사회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예술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하지만 한민족의 미감을 구체적으로 형상해내는 표현력과 기교에는 입이 쩍 벌어지고 만다.

의 공연을 보다보면 우리와 사뭇 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개인의 창의성보다 인민 대중을 위해 예술 작품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것을 지향하는 북한의 문예 방침 때문이다. 특히 우리는 음악과 국악을 분리하지만 북한은 국악과 음악을 동질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어 그 간격이 더욱 넓다.

북측의 공연을 볼 때는 사회주의 사회에서 예술이 지향하는 기능과 역할을 생각하면서 관람해야 한다. 사회의 주인을 인민으로 보고, 이들을 위해 예술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북측의 예술이 사회성을 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두고 폄하하거나 손가락질하는 것은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