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을 뚫고>는 조선이 낳은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희의 작품이다. 다소 생소한 작품이라 금강산가극단 강수내 무용부장의 설명과 박미선 단원의 춤을 바탕으로 리뷰를 쓴다.
<풍랑을 뚫고>는 1948년에 일어난 제주도 4.3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최승희 무용가는 이 작품에서 역사의 진실을 춤으로 형상화한다. 한 노인이 지치지 않고 노를 젓는 행동으로 우리 민족의 한과 슬픔을 표현한다.
한 노인이 제주도 4.3 사건으로 충격을 받고 제주도를 떠난다. 노인은 작은 파도에도 그냥 쓸려버릴 만한 작은 배를 타고 검푸른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바다로 나간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팔을 굽혔다 펴는 춤 동작은 이내 꿈속에서 절정에 달한다. 휴식이나 잡담도, 그 흔한 넋두리도 없다. 오직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여념은 꿈을 꾸듯 바다를 건너 뭍으로, 뭍으로 향하게 한다.
아무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 오로지 팔과 바람의 힘으로 육지를 향해 나아가는 노인에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을 수 없다. 그의 목숨은 이미 이승을 떠나 찬바람이 몰아치는 저승에 닿아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삶의 터전과 친구, 친지들을 두고 제주도를 떠나 풍랑을 뚫고 바다를 건너 육지를 향해 달리는 노인. 자기의 영혼과 다름없는 땅을 떠나서 더 이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일렁이는 바다로 나아가는 노인의 심정은 무엇일까.
최승희 무용가의 안무로 펼쳐지는 <풍랑을 뚫고>는 민족 무용가들의 기억 속에나 존재했던 격정적이고 섬세한 춤이다. 안무는 이론과 실천의 결합을 중시하면서 창작하고 발전시켰던 최승희 표 예술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다소 진지하고 무거워 '어렵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단조롭고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관객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이나 몸에 힘을 실어 안에서 밖으로 세차게 뿜어내는 춤사위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특히 무용의 격을 한 단계 높여주는 배경음악과의 조화는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
최승희 무용가는 일본의 바쿠 무용가 밑에서 발레와 현대무용을 배웠지만, 이들의 우수한 점을 흡수해 조선민족의 특성을 담아내고 민족무용을 발전시켰다. 민족무용 역사상 최초로 체계적이고 완벽한 민족무용 교재 '조선민족무용기본'을 펴낸 교육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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