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와카마츠 코지

①와카마츠 코지 - 그는 누구인가?

이동권 2022. 9. 3. 16:04

와카마츠 코지(Wakamatsu Koji) 감독


와카마츠 코지(Wakamatsu Koji) 감독은 1963년 영화계에 입문해 100여 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했다. 일본이 1960년대와 70년대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는 동안 영화 내용과 형식 면에서 정치성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한 시대를 아우르는 독특한 영상미학을 구축했으며 저항과 진보, 개혁과 혁명의 대명사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코지 감독은 성을 통해 권력 시스템을 파괴하는 '로망 포르노' 장르를 개척했다. 파시즘, 사디즘, 마조히즘, 폭력 등으로 일본의 극단적 민족주의를 해부했으며, 도발적이고 노골적인 영상으로 우경화에 매몰된 정치권에 극렬히 저항했다. 때문에 젊은이들은 그를 열렬히 지지했고 마니아가 됐다. 그는 일본 독립영화의 정신적인 지주로 불리고 있으며, 해외 영화계에서도 끊임없이 재평가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영화에서 수많은 경찰들의 시체를 볼 때마다, 자신이 팔레스타인 게릴라의 우두머리가 된 것처럼 느꼈다. 그들이 제복을 입고 잘난 척하거나 국민에게 정형화된 행동을 할 때마다 그들을 공격하고 싶었다. 또 안보투쟁 이후 무너진 혁명에의 꿈과 변절한 혁명세력에 대해 울분이 컸다. 이러한 성향은 영화에서도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일본에서는 1959년부터 1960년까지 미국 주도의 냉전에 가담하는 미일상호방위조약 체결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학생과 노동자를 중심으로 벌어졌다. 하지만 시민들이 점점 극렬해지는 시위를 외면했고, 학생과 지식인, 진보적인 정치세력들이 정체성을 잃고 현실에 안주하면서 일본의 사회 운동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와카마츠 코지 감독의 영화 중 주목할만한 작품은 1971년 <감각의 제국>을 감독한 '아다치 마사오'감독과 함께 칸느영화제에서 귀국하는 도중 팔레스타인에 건너가 '팔레스타인 해방 인민전선(PFLP)'의 활동을 기록해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적군-PELP:세계전쟁선언>, 적군파 활동가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연인과 정사에 몰두하다 수상의 미국 방문을 저지하기 위해 홀로 하네다 공항으로 향하는 <현대호색전:테러의 계절>, 원폭 후유증을 앓고 있는 남자와 여인의 정사를 훔쳐보는 수험생을 통해 변절한 혁명세력의 기만성과 성장제일주의의 무력함을 고발하는 <벽속의 비사>, 야쿠자 보스의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 그리고 그들을 잔인하고 음란하게 유린하는 야쿠자를 통해 국가권력의 속성을 들춰내는 <처녀 게바게바>, 섹스와 파시즘, 국가주의의 작동원리를 집요하게 파헤치고, 그 당시 자위대 궐기를 외치며 할복자살했던 '미시마 유키오'를 향해 비판한 <성윤회:죽고 싶은 여자>, 도쿄 총공격을 계획하는 혁명군들이 미군기지 습격을 감행하는 과정을 그려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천사의 황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