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가 고향인 글쟁이 강난숙 씨. 그녀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철학이 담긴 교양 도서 '이야기 삼국유사'와 '소중한 우리 명절이야기'의 저자이자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쓰고 있는 자유기고가다. 요즘은 국악방송 '국악은 내 친구'에서 우리나라의 명절과 24절기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다. 그녀는 또 인간과 자연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집필하는데 매달리고 있으며 ,한국 전통무예 '기천무예'를 가르치는 범사이기도 하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절기'에 맞춰 살아왔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들어보기 위해 강난숙 씨를 만났다. 거침없는 자연의 숨소리와 고요한 생명력에 놀라게 되는 봄과 관련된 절기부터 물었다.
"봄을 알리는 입춘이 되면 대문이나 대들보에 '입춘대길', '개문만복래'라는 좋은 글귀를 붙였으며, 입춘 별미 음식은 '오신채'입니다. 정치인들은 사색당쟁을 넘고 화합하자는 의미로, 가정에서는 인의예지신을 지켜 가정의 화목을 이루자는 의미로 오신채를 먹었습니다. 인생은 항상 달콤한 것이 아니라 오신채의 맛처럼 쓰고, 달고, 매운 것입니다. 이렇게 험난한 인생살이를 잘 이겨나가자는 뜻도 오신채 속에 들어 있습니다."
오신채는 눈 속에서 캐낸 다섯 가지 햇나물을 무친 것으로서 한자로 풀어보면 다섯오(五), 매울신(辛), 나물채(菜)자이다.
강난숙 씨는 '우수'를 지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봄기운이 풀풀 나기 시작하며 '경칩'이 되면 완연한 봄이 되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이라고 했다. 또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 되면 농사 준비에 바쁘게 되고,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청명'에 이르면 나무나 화초를 심기가 좋은 때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곡우'에는 논에 못자리를 마련하는데, 이때 땅이 가물면 한 해 농사를 망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씨는 "절기가 우리나라의 환경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절기는 주나라 때 화북지방의 기후를 반영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한국의 환경과는 딱 맞지 않습니다. '대한'보다 '소한'이 더 춥고, '대설' 때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하늘을 섬기고 자연과 어울려 살아왔고,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면서 조화롭게 대처해 왔습니다. 절기를 그저 거추장스럽고 미신적이라고 여기지 말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려 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배웠으면 합니다.
먹고살기 바쁜 세상.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이 식사 시간을 줄여주는 인스턴트 음식을 찾게 된다. 우리가 주로 먹는 음식은 라면이나 패스트푸드. 염분과 지방이 많은 대신 비타민과 무기질은 턱없이 부족해 각종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강난숙 씨도 인스턴트 섭취에 대해서 난색을 표시했다. 우리 조상들이 절기에 맞춰 음식을 먹고 몸을 챙겼던 것처럼, 자기 몸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 예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세상을 바꾸는 운동도 건강해야 할 수 있다"며 한 수 일러준다.
"물이 흘러가듯이 흘러가는 삶은 원칙을 지키고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것입니다. 법대로 산다고 말할 수 있죠. 음식도 이와 같습니다. 인스턴트 음식은 영양을 섭취한다고 해도 오히려 몸에 좋지 않습니다. 음식에도 예가 있으며 도가 있습니다. 만든 사람은 먹는 사람을 위하는 마음으로, 먹는 사람은 만든 사람의 정성을 생각하면서 먹어야 합니다. 드라마 대장금을 보면서 음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당뇨가 있는 중국 사신이 산해진미를 요구했지만, 목숨을 걸고 내놓지 않았습니다. 당뇨 환자에게는 맛있는 음식보다는 건강을 해치지 않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면서요."
강난숙 씨는 '사람은 자연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사람과 자연을 떼어놓거나 따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장 씨는 "자연의 기운이 변화하는 절기에 맞춰 사는 것이 건강의 기본 원리"라고 설명했다.
"봄에는 자연이 새롭게 태어나는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밤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게 좋습니다. 여름에는 만물이 자라고 무성한 때입니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화를 내면 열이 오르니 분노하는 일이 없도록 마음을 지켜야 합니다. 가을에는 성장을 멈추고 모양이 평안한 상태가 됩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을 밖으로 향하지 않도록 힘을 쓰셔야 합니다. 겨울에는 물이 얼고, 땅이 어니 양의 기운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 찬 기운을 맞지 않게 하고, 해가 뜰 때 함께 활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마음은 안정시키고, 겨울나무와 같이 행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입 농산물은 우리 몸에 맞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우리의 조상들이 절기의 변화에 따라 우리 땅에서 난 음식을 먹었던 것처럼 우리 음식만큼 건강에 좋은 것은 없습니다. 이는 곧 하늘의 이치를 실행하는 것과 같습니다"
강난숙 씨의 책 '소중한 우리 명절이야기'를 보면 우리나라의 명절과 유래, 풍습, 전통놀이, 음식 등과 함께 절기에 대해서도 설명이 되어 있다.
절기는 황도(태양의 움직이는 거리)를 15도씩 24등분해 계절을 세분한 것이다. 원래 태양을 주위를 도는 것이 지구. 하지만 우리가 눈으로 보기에 태양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태양이 움직인다'고 표현한다. 또한 절기는 12월 22일 동지를 기점으로 만들어졌으며 15일 뒤 소한, 대한, 입춘, 우수, 경칩으로 이어져 봄이 온다.
"12월 22일 동지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명절입니다. 고대인들은 태양을 섬기다 보니까 밤이 가장 긴 날부터 태양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보면서 만물이 소생한다고 여기고 있죠. 보통 작은설이라고 부르는 날이 바로 동지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절기'를 '철'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때 철은 '철이 든다', '철부지다'의 철과 같은 의미입니다. 우리 조상들에게는 농사가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씨앗을 파종하고 추수하는 일이 집안에서 가장 큰 일이었지요. 그래서 철이 든다는 것은 이제 절기를 다 이해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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