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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아 남대문시장 남정상가 25호 사장 - 재래시장 침체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때문

이동권 2022. 8. 26. 20:26

강은아 남대문시장 남정상가 25호 사장


장사도 안 되는데, 장사가 안 된다고 말하면 더 장사가 안 될까 봐 걱정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까지 사라지면서 거의 도산 직전일 것이다.

남대문시장 남정상가  '25호' 액세서리 상점에서 도매업을 하고 있는 강은아 씨를 만났다. 그는 "남대문시장뿐만 아니라 전국의 재래시장이 침체돼 있다"면서 그 원인을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등장"이라고 꼽았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도 품질이 우수하지만 '웰빙'바람 때문에 사람들이 백화점이나 할인마트에서 판매하는 대기업 물건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재래시장은 끝내 문을 닫을지 모릅니다. 브랜드를 선호하는 한국 사람들의 소비 성향도 큰 이유를 차지합니다. 신용카드도 사용할 수 있고, 상품권, 경품, 포인트 적립 등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대기업들의 판매전략를 무시하지 못합니다. 

언젠가부터 재래시장의 풋풋한 인심보다는 대기업에서 체인으로 운영하는 백화점과 할인마트로 향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하지만, 백화점과 할인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덤과 깍아주기가 아직도 남아있는 재래시장의 맛이 그립다는 것은 괜한 생각일까. 물질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인간의 정이 넘치는 재래시장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재래시장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은 서민들이에요. 그런데 경기가 좋지 않아서 서민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요. 서민들의 경제력이 떨어졌던 것도 재래시장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중요한 이유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서민들이 쉽게 구입할 수 없는 제품들은 잘 팔려요. 경기가 어렵다고 하는데도 백화점의 매출은 줄지 않고, 명품들은 더 잘 팔리고 있잖아요. 잘 사는 사람은 더욱 잘 살고 못 사는 사람은 더욱 못 살아서 그래요. 서민들은 돈이 없으니까 우선 먹고사는 것을 제외하고는 돈을 쓰지 않거든요."

강 씨는 "독특한 디자인을 개발하고 판로를 개척하지 않으면 재래시장은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처럼 물건을 더욱 고급화해야 살아납니다. 재래시장에서도 단가가 센 것이 잘 팔리는 것을 보면 좋은 품질의 제품이 잘 팔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판로를 개척해서 손님을 맞는 것도 중요합니다. 재래시장 의류상가 번영회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열어 짭짤한 재미를 봤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다른 남대문 상가들도 이런 전략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