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신화 로보트태권브이가 복원됐다. 1976년 첫 개봉 후 원본 필름이 미국에 보내져 영영 이별을 고해야 했던 이 애니메이션이 우연한 기회에 발견돼 29년 만에 디지털로 다시 태어났다.
로보트태권브이를 연출했던 김청기 감독은 이 소식을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찡한 마음으로 봤다. 죽은 자식이 다시 살아온 것 같았다. 누더기가 된 필름만 보다가 복원된 상태를 접하니 감회가 남달랐다.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국내에서 이미 개봉했으니, 달러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원판을) 미국에 보냈다. 필름을 복사해서 보내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처음에는 복사하고 되돌려 달라고 했는데, 그 당시 법에는 외국에 나간 영화를 다시 들여오는 일은 외화와 비슷해서 부담이 많았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됐다."
로보트태권브이는 1976년 1탄을 시작으로 그 해에 2탄 '우주작전'이 나왔다. 이후 77년 '수중특공대', 78년 '수퍼태권브이', 79년 '날아라!우주전함거북선', 82년 '수퍼태권브이', 84년 84태권브이, 90년 '로보트태권브이90'이 상영됐다.
로보트 태권브이를 국내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신화로 불리는 김청기 감독은 생각은 어떠할까?
"작품성 때문일 것이다. 로보트태권브이는 로보트 영화지만 '인간이 중요하다'는 따뜻한 휴머니즘을 담은 영화다. 그 당시 기술력으로는 요즘처럼 감각적이고 세련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힘들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스토리와 인물묘사, 태권도 동작 같은 민족적 정서에 있다. 감독 입장에서 다른 작품을 평하기란 매우 어렵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위해 한 마디 한다면 아이디어와 작품성 부족을 꼽고 싶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디지털 기술은 뛰어나다. 캐릭터 디자인에 대한 감각도 있다. 하지만 작품을 만들어내는 연출력과 아이디어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연출의 힘이나 드라마틱한 구성이 절실하다. 태권브이가 나올 당시에는 훌륭한 작품이 있어도 못 그려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려낼 기술이 있지 않는가. 작품성 있는 스토리와 인물 묘사, 감각적이고 세련된 애니메이션 기술이 응집한다면 세계적인 작품이 나올 것이다."
태권브이가 마징가제트를 따라 했다는 평에 대해서도 물었다.
"로버트 이미지는 비슷하다. 목적을 두고 보면 다르지만, 그 당시 인간형 거대 로봇 이미지는 비슷한 것이었다. 또한 인간형이 아닌 로봇을 생각하지도 못했다. 태권브이가 마징가제트를 모방했다면, 마징가제트는 프랑스 폴 그리모 감독이 만든 '굴뚝 청소부와 양치기 소녀'를 모방한 것이다. 히틀러처럼 생긴 군주가 머리 위에 탑승하여 입으로 명령하는 거대한 기계노예가 최초다. 마징가제트를 모방했다는 일본인들의 반응을 듣고, 자국의 문화적 우월성을 내세우는 제국주의적인 행태라는 생각에 매우 불쾌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인들도 지나친 문화적 자기비하가 아닐까 생각했다. 태권브이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스토리 전개, 표현기법 모두 다르다. 태권브이 머리의 뿔은 도깨비를 형상화한 것이다. 전체적인 모습은 이 나라를 구했던 이순신 장군의 이미지를 모델화했다. 태권도 동작을 형상화해 무기화한 것도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김청기 감독은 '똘이장군'이라는 반공영화를 만든 적이 있다. 이유는 단순했다. 로버트태권브이를 계속 만들고,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면 돈이 필요했다. 똘이장군은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의 반공 애니메이션이다. 제작 자금은 중앙정보부와 대한반공청년회가 협찬했으며, 반공영화답게 북한을 공격하는 수위가 대단히 높았다. 민주화 이후 북한에 대해 편견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비판받았다.
"반공영화 한 편을 제작하면 외화 1편을 수입할 수 있는 쿼터가 배정돼 돈을 벌 수 있었다. 그 당시 외화가 귀한 시절에는 외화를 수입하면 대박이어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똘이장군을 만들게 됐다. 그 시절에는 반공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특혜가 있었다. 내 꿈은 디즈니였다. 그리고 디즈니에서 만든 정글북을 좋아했다. 그런 이유로 금강산에 사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정했다. 그 시절에 반공 소재였던 땅굴 등도 똘이장군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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