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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영미 일간스포츠 편집부 차장 - 실컷 부려 먹고, 이제는 나가라?

이동권 2022. 8. 9. 18:06

여영미 일간스포츠 편집부 차장

 

일간스포츠는 1969년 9월 26일 창간할 당시 한국일보에서 운영했다. 이후 2001년 별도 법인으로 분사했고, 경영악화로 2005년 중앙일보 계열로 편입됐다 2022년 이데일리M 소속이 됐다.

일간스포츠가 중앙일보 계열로 편입되기 전이었다. 일간스포츠의 중앙일보 인수합병설이 솔솔 나올 무렵 경영진이 편집국 기자 23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일간스포츠 노조는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경영층의 부도덕과 부실 혐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부당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또 회사가 인적 구조조정의 기본마저도 무시하면서 인수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편집국 여기자들도 정리해고 대상자로 전원이 통보받자,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해고조치가 분명하다며 분개했다.

그때 편집부 선임 여기자인 여영미 차장을 만났다. (일간스포츠는 2002년부터 매출액이 급락하고, 부채규모도 상상을 초월하면서 '회사 살리기냐', '회사 넘기기냐'에 따른 정리해고 문제로 노사 간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2004년부터 120여 명이 연쇄적으로 퇴사해 스포츠신문 중 가장 적은 인력으로 회사를 꾸려가는 중이었다.)

기자들은 경영층의 정리해고는 인수자가 요구하는 대로 직원들의 머릿수를 줄여 넘기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면 분명히 살릴 수 있는 회사인데, 부정한 방법까지 동원해서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경영진은 어려운 회사의 사정을 앞에 세워놓고 자신의 부도덕과 부실에 대한 책임은 숨기면서 인수자의 요구에 따라 구조조정을 하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투명경영을 통해 회사를 살리는 데 주력해야 할 경영진이 개인적인 욕심만 부리는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경영진은 파산으로 인한 막대한 부채를 떠맡지 않기 위해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정리해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리해고는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고 결정한 일입니다. 정리해고의 기준이 부양가족과 배우자의 직업 유무인데, 어느 여기자가 이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필요할 때는 여기자들을 실컷 부려 먹고, 필요 없을 때는 제일 먼저 내보내겠다는 것 아닙니까"

일간스포츠 경영진은 일간스포츠 노조와 정리해고에 대한 어떤 협의도 없이 편집국원의 개인평점을 매기고 여기자 전체를 포함한 편집국원 23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정리해고의 명분이었던 개인평점은 무엇일까? 

"지금 장난하는 겁니다. 평점이 무엇이냐를 떠나, 그 자체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기자란 낙종을 한다거나 오보를 낼 때 스스로 괴롭게 되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출근한 지 2, 3주 된 팀장이 와서 기자들을 평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지요. 무엇을 얼마나 안다고 평점을 매깁니까. 처음에는 업무태도와 실적 65점, 배우자 직업 10점, 부양가족 10점, 입사 역순 5점 등으로 평점을 매겼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업무태도 20점, 배우자 직업 20점, 부양가족 20점, 입사 역순 20점 등으로 바뀌었습니다. 일간스포츠는 여기자가 최초로 편집국장이 된 언론사였고 기자의 40%가 여자였습니다. 이제 어려워지니까 첫 번째로 해고대상이 된 것입니다. 여기자들의 업무태도나 실적은 좋았습니다. 회사 기여도도 높았습니다. 그런데도 모두 해고된 것은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현재 일간스포츠에서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여기자 6명 중 10년 이상 근무한 기혼 여기자는 2명이며, 미혼 여기자 4명은 가족의 실질적인 수입원으로서 노부모를 봉양하고 있다.

경영진은 회사가 경영악화로 치닫자 여기자들에게 여성 독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지면을 꾸리라고 요구했다. 이는 여기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성차별적인 일이었지만,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아무 소리 없이 여성팀을 만들었다. 자기 업무는 그대로 하면서 과외시간을 내 여성 지면 제작에 참여한 것이다. 여영미 차장은 편집국 최고 고참으로 여성팀을 이끌었다.

"그랬는데도 회사가 여기자 전원을 해고했다는 것은 여기자들을 우습게 여기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이유 없이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를 모독하는 것이고요. 개인적으로 회사에 바라는 것은 없었습니다. 20여 년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에 희망퇴직을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정리해고 통보가 내려지고, 후배들에게 회사를 그만두는 것보다는 차라리 자신들의 도움이 돼 달라는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자로서, 여성노동자로서 후배들의 현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지요. 그래서 우선,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습니다. 객관적으로 명백한 성차별 해고라는 판결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판결이 잘못 나오면 여성 단체들과 연대해서 대응할 것입니다. 일간스포츠 불매운동도 불사하겠습니다."

일간스포츠의 일방적인 성차별적 해고지만, 해고 통보를 받은 사람 중 남자 직원도 17명에 이른다. 해고통보를 받아들이는 남기자와 여기자의 인식 차이는 없느냐고 물었다.

"참담한 것은 남자 직원이나 여자 직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입사 1년 차부터 7년 차까지 모두 해고됐습니다. 인권위에 제소할 때도 남기자들이 함께 가주었습니다. 회사가 여기자들을 '노골적'으로 해고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부양가족이나 배우자의 직업 유무 등을 이유로 해고했기 때문에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문득, 회사가 1년 차 기자부터 7년 차 기자까지 모두 해고했다는 말을 듣고 물었다. 아무리 불합리한 평점이라고 하지만, 회사에서 합당한 평점제를 통해 정리해고를 했다고 인권위에 제시하면 성차별적인 해고라는 판결을 받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어떤 기자는 비슷한 조건임에도 해고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항은 아직 인권위에 제소하지 않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나온다면 다시 제기할 것입니다. 저는 이 싸움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열정을 다 쏟을 것입니다. 그래도 안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일간스포츠는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편집국 기자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해고사유를 설명하면서 설득해도 시원찮을 판에 정말 참담한 해고통보가 아닐 수 없다.

일간스포츠가 보낸 메시지는 '일간스포츠입니다. 귀하는 정리해고 대상자입니다. 금일 오후 6시까지 편집국 행정팀에서 통지서를 직접 수령하시기 바랍니다. 회사가 불가피하게 가정으로 내용증명을 송달할 예정이오니 수령 바랍니다'이다.

여영미 차장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심정을 물었다.

"회사는 성실성이 없습니다. 경영부실과 공금유용을 문제로 회계장부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논다고 준비 못했다'라고 했습니다. 회사는 직원들을 납득시키기 위해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줬어야 했습니다."

일간스포츠는 메시지를 보낸 날 사내 복도 게시판에 '정리해고 실시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붙여 '회사가 경영위기에 처해 직원을 정리해고할 수밖에 없었다'며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판단되어 하루 앞당기게 됐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회사는 경영정상화보다 회사를 빨리 넘기고 싶어 했습니다. 기자들의 월급이 부담스럽다면, 월급 총액을 정하고 기자들이 감수하겠다는데도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노사 간의 협의로 돌파해야 할 문제인데, 무조건 넘기려고만 하니 머릿수부터 줄이는 것에 혈안이 된 것이죠. 중앙일보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일간스포츠 인수를 공식적으로 밝히라는 것이지요. 일간스포츠는 인수회사가 유령입니다. 인수합병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은 상대가 모두 드러난 후, 노사의 협의에 따라 이뤄지는 것입니다. 중앙일보는 일간스포츠 뒤에 서서 자신이 구상하는 운영방식으로 기자 해고를 종용하고 있는 것이죠."

일간스포츠 주식지분은 장중호 사장이 12.3%, 중앙일보가 11.4%를 가지고 있다. 또한 중앙일보는 외주가공비 미지급분에 대한 담보로 장 사장 지분의 상당량을 가지고 있으며, 인쇄, 판매 발송, 독자 명부, 2차 콘텐츠 계약 권리도 모두 중앙일보가 장악하고 있다. 이는 일간스포츠의 실질적인 대주주가 중앙일보이며 일간스포츠가 중앙일보에 종속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정리해고만 아니라면, 회사의 입장과 경영상태 이해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한 가정이 있다고 칩시다. 돈이 급한 상황인데, 어떤 주부는 사채를 끌어다 썼습니다. 가족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다른 주부는 발품을 팔아 싼 금리의 돈을 빌려 썼습니다. 가족들은 수익을 많이 내기 위해 노력했고 어려운 상황은 극복됩니다. 경영층은 성실하게 근무하지 않았습니다. 경영층은 부도덕한 회사 경영과 부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일간스포츠 장중호 사장은 회사 공금 횡령과 차명으로 자사 주식을 산 뒤 되파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겨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장 사장은 밝혀지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개인자금 10억 원을 마련, 일간스포츠 주식 86만 여주를 매집 후 2개월 뒤 전량 매도해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다. 그는 신문법에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 중 발행인 자격 상실 요건이 해당돼 자격상실 위기에 놓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