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 USA, 반미는 민중미술의 예술 행위에서 아주 상투적이고 오래된 이슈다. 예술적 주제로 다루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정치적 슬로건인 셈. 그들은 왜 반미를 끄집어내 전시 주제로 선택한 것일까?
그것은 스스로 해묵은 주제의식이라는 관념을 던져버리고 새로운 목소리를 내보자는 미술적 자각에서 기인한다. 그러면서 미제국주의의 횡포, 전쟁과 폭력이 남긴 상처, 이질적인 문화의 경계 속에서 추락해가는 사람들의 삶과 고통을 발언해 보자는 것이다.
난타 USA는 미술이 갖는 고상한 추론에서 벗어나 대중 미학의 아름다움을 수용하고 반미의식을 분출함으로써 대중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자 한다. 이것은 바로 흉측한 미국의 모습을 들춰내려는 미술적 힘이며 끈질긴 현실인식에서 비롯한 감각적인 저항과 전투다.
프로젝트 그룹'이구동성'의 첫 번째 기획 '난타 USA'전시가 2005년 5월 11일부터 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신관 2관에서 열렸다. 해방 60주년, 미군 주둔 60년을 맞아 진정한 해방의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것이다.
작가들은 관객들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해방이란 구속된 상태에서 풀려남을 의미하지만, 우리가 과연 식민지적 사고와 사회 시스템, 문화로부터 과연 해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며, 일본 그리고 해방 이후 미국에 대한 주눅과 반감을 무엇이라 해석할 것인가'하고. 또 미군 주둔 60년의 폭정을 뒤돌아보기 위함이며 '반미를 말하는 새로운 태도를 생산하자'라는 적극적인 화법을 식민지의 영토에 고하자는 것이다.
반미라는 주제는 어쩌면 낡고 오래된 주제이다. 그러나 이들은 주제가 낡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그려내는 작가들이 스스로 동어반복과 돌림노래에 지친 것이라고 큰 소리로 꾸짖는다. 반미를 타자 중심으로 이야기함므로써 정작 이야기를 하는 주체가 무력하게 그려지거나, 사건의 나열, 혐오의 나열에 그쳐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지 못함을 지적하는 것이겠다. 때문에 이구동성은 반미에 대한 새로운 화법을 제시한다. 나쁘면 나쁘다고 말하자는 것, 즉 억눌린 분노를 광장의 반미로 분출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반미가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미국이 전 세계에 일삼는 제국주의 폭력을 합리적 가치와 미래를 위한 적극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며, 동등한 위치에서 당당한 목소리를 표현하려는 민족정기의 회복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마로니에 공원 야외전시와 웹전시도 동시에 열린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만화, 웹이미지 등의 시각이미지를 생산하는 43명 작가의 다양한 화법으로 하나의 주제를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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