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국정교과서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졌던 그 무렵, 아마도 나는 거기에서부터 시작했는지 모른다.
우연히 들른 동네서점에서 집어든 이 「돌베개」 책은, 세월호 사건 이후 무기력에 빠져 있던 나에게 작은 위안으로 다가왔고, 한 번 읽고 책장을 그대로 덮을 수 없었다.
내 머릿속엔 온통 진흙 밭을 뒹구는 장면, 타는 목마름, 목숨을 건 행군 그리고 벅차오르는 뜨거운 무언가로 가득 찼고. 그 동안 무심했던 지난 역사의 아픈 상처가 지금도 채 아물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게 뭐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걸까?’
스케치북을 꺼내들고, 연필을 쥐고, 조각칼을 잡고, 나무를 어루만졌다.
한 판, 한 판 숨을 몰아쉬며 걷기 시작했다. 아니 함께 철조망을 뛰어 넘고, 지쳐 잠들고, 목 놓아 애국가를 부르며, 험준한 파촉령을 넘어 임시정부의 충칭으로 향해 갔다.
그렇게 장준하 선생님을 뵈었고, 목판에 새기게 되었다.
비록 서툰 솜씨이고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장선생님의 말씀처럼 ‘못난 선배가 되지 말기를…’ 나 역시 바라며, 여기에 작은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
2018년 여름, 이동환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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