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칼로 새긴 장준하

칼로 새긴 장준하 - 2019년 세종도서

이동권 2021. 4. 4. 22:12

칼로 새긴 장준하 표지

「칼로 새긴 장준하」는 사실을 바탕으로 창작한 소설이다. 그럼에도 역사적 사실은 그대로 적시해 한국 근현대사를 이해하도록 도왔다. 다소 무겁고 재미가 떨어질 수 있지만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사색할 수 있는 책으로 만들기 위해 다큐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칼로 새긴 장준하」에서 장준하 일대기 부분은 장준하 선생이 직접 쓴 「돌베개」를 참조했다. 그러나 모든 감정 표현과 상황 설명, 일부 등장인물 또한 창작해 반영한 허구임을 밝힌다. 이 책이 만약 호기심을 자극한다면 「돌베개」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은 눈곱만큼도 「돌베개」를 따라갈 수 없으며 전혀 다른 이야기다.


「칼로 새긴 장준하」에 실린 판화는 「돌베개」의 내용을 100% 재현한 진실이다. 장준하 선생의 6천리 항일대장정을 따라가며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기록한 판화는 소장용으로 손색없다.


장준하 선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되길 바란다.


장준하 선생은 박정희 치하에서 9번 감옥살이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유신에 반대하며 라이벌 박정희와 맞섰다. 그러나 7.4남북공동성명 이후 반공주의자였던 장 선생은 이전의 투쟁노선에서 벗어나 통일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함석헌 목사가 발간한 <씨알의소리> 1972년 9월호 ‘민족주의자의 길’이라는 기고문에 ‘모든 통일은 좋은가? 그렇다. 통일 이상의 지상명령은 없다. 통일은 갈라진 민족이 하나가 되는 것이며, 그것이 민족사의 전진이라면 당연히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은 그 속에 실현될 것이다. 공산주의는 물론 민주주의, 평등, 자유, 번영, 복지 이 모든 것들에 이르기까지 통일과 대립되는 개념인 동안은 진정한 실체를 획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신 이후 모든 사람들이 박정희에게 속았다고 일갈할 때도 <씨알의소리> 1973년 11월호에 ‘7.4남북공동성명은 파기되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그 성명의 정신이 조금이라도 후퇴되거나 사실상의 휴지로 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 선생은 통일의 주체로 민중을 내세웠다. 남한 사회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계층이 아니라 빈곤과 억압에 신음하는 절대 다수의 민중이 통일을 바라며 이들이 걱정 없이 사는 세상, 이들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위해 분단현실을 꼭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그는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언행일치의 삶을 담보했다. 예를 들면 그는 슬하에 3남2녀를 뒀는데, 그중 딸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학에 보내지 않았다. 독재정권에서, 조국이 분단된 상황에서 자녀의 대학 입학이 급하지 않았다. 빚으로 낸 큰 아들의 대학 등록금마저 지구당 당원이 찾아와 똑같은 사정으로 부탁하자 그 돈을 줘버렸다. 이 일화는 그가 얼마나 자신의 신념을 현실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려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