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8월 20일 정상일 중령(보안사령부 수사과장, 현 기무사)이 죽는다. 장준하 선생이 의문사한 지 3일 만이다. 이 사건은 숱한 수수께끼를 안고 자살로 종결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정 중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부검소견서를 낸다.
강동일 형사는 보안사와 중앙정보부(현 국정원)가 정 중령의 수사를 방해하자 그의 죽음 뒤에 어떤 비밀조직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정 중령의 애인 소영은 강동일 형사를 은밀히 만나 정 중령이 윗선에서 지시한 특수한 임무 때문에 죽기 일주일 전부터 무척 괴로워했으며, 그 임무가 아마도 장준하 선생과 관련된 것 같다고 추측한다. 그날 밤 소영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장준하 선생과 정 중령의 잇단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정 중령의 부검에 참여한 부검의는 강동일 형사에게 접촉을 시도한다. 그는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한신일보 김유진 기자에게도 정 중령의 사인과 관련된 진실을 알린다. 소설가 임일수도 장준하를 죽인 세력을 암시한 원고와 판화 134장을 김 기자에게 넘긴다.
김유진 기자는 강 형사를 만나 장준하 선생을 죽인 세력이 바로 말로만 떠돌던 신일진회, 잔존 친일파, 군사쿠데타의 본산 보안사의 소행이지 않을까 의문을 제기하고, 1979년 대통령이 총에 맞아 죽은 뒤 거사에 나선다.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는 1990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로 명칭이 바뀌었다.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 때문이었다. 보안사에 복무하던 윤 이병은 보안사가 정치계, 노동계, 종교계, 재야 등 각계 주요 인사와 민간인 1,303명을 상대로 정치 사찰을 벌인 일명 ‘청명계획’을 폭로했다. 청명계획은 친위 쿠데타식 비상계엄이 발동될 경우, 방해가 될만한 사람들을 미리 체포하기 위해 마련한 인명부였다. 인명부에는 자택의 가구 배치, 진입이나 도주 가능 경로, 친인척 주거지, 세세한 인적 사항 등이 명시됐다. 노태우는 윤 이병의 양심선언 이후 전 국민의 분노를 무마시키기 위해 국방장관과 보안사령관을 경질하고, 명칭 또한 국군기무사령부로 변경했다. 윤석양 이병은 군 복무 중 보안사에 연행된 뒤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운동권 동료들의 리스트를 털어놓았고, 보안사에서 강제로 대공 및 학원사찰 업무를 80일 동안 담당했다.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민간인 사찰 계획 대상자 명부철과 세 장의 플로피디스크를 가지고 탈영해 보안사의 공작정치를 만천하에 공개했다. 그가 폭로한 내용은 보안사가 저지른 악행의 단면에 불과했지만 보안사의 흉악한 민낯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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