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5월 1일 창간한 월간 작은책.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온지 30여 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독자들의 사람을 받으며 출간되고 있다. 참 대단한 일이다. 이러한 작은책의 족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안건모 작은책 고문이다. (내가 만날 당시에는 작은책 편집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안건모 편집장은 오랫동안 성실하게 작은책을 가꿔왔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일이나 인생 여로를 듣다 보면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작은책 얘기부터 들어보자.
"한마디로 작은책을 말하기는 힘듭니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주부, 농민 등 일하는 사람들이 보는 책이지요. 작은책에는 세상을 살면서 겪게 되는 답답한 이야기나 세상을 올바르게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길잡이가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라 할 수 있지요."
작은책은 처음 노동조합회보에 실린 노동자들의 감동적인 글을 모아 발표했다. 그러던 중 독자들과 각계 전문가들의 글이 점점 모아지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안건모 편집장은 20여 년을 버스기사로 일하면서 글을 썼다. 이후 2005년부터 작은 책으로 직장을 옮겨 편집장을 맡았다. 그는 작은책 편집장을 맡으면서 좀이 쑤셔왔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진 습관이겠지만, 열심히 일하는 노동의 기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버스 기사로 근무할 때는 집안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없어요. 7시에 집에서 나와 수색역에서 합정역까지 뜁니다. 운동할 여유가 없어 이 시간을 이용하죠. 또 사무실에 도착하면 원고를 확인하고, 직원들과 기획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나눕니다."
안 편집장은 작은 책을 낼 때마다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들판을 누렇게 물들인 낟알을 수확하는 환희와 견줄만하다는 뜻이다.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끊임없이 쏟아낸 땀의 의미를 잘 아는 그로서는 당연한 일. 그래서인지 그는 가장 즐거웠던 일을 '좋은 글이 들어왔을 때'라고 했다.
그러나 경영은 항상 어렵다. 담배 한 갑 정도의 돈이면 살 수 있는 책인데, 독자 확보가 참 어렵단다.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게 살기 때문에 구독할만한 여유도 없겠지만, 한편으론 한국 사람들이 책에 인색하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수구신문에 휩싸여 삽니다. 가랑잎에 옷 젖는지도 모르게 올바르지 못한 생각으로 빠져들고 있지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책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종의 대안언론을 꾸려가는 심정으로 작은책을 키워낼 작정입니다"
안건모 편집장이 생각하는 좋은 글은 무엇일까?
"글은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에피소드 위주의 글은 남는 게 없어서 싫어해요. 감동이 없거든요. 진실한 마음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주장을 담는다면 독자들은 감동을 하게 될 거예요. 물론 우리말 표기를 지킨다거나 쉽게 쓰는 것은 기본입니다."
안 편집장은 실명으로 쓴 글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책이나 언행을 비판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면서 모교수니, ㄷ대학이니 하는 표현보다는 실명으로 비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준만 교수님 같은 경우는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많이 당했어도 자신의 얘기를 떳떳하게 하잖아요. 배울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는 또 올바른 생각으로 글을 쓰고 그것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홍세화 씨 칼럼을 보고 노동당 당원이 됐어요. 참여하지 않으면서 무작정 비판하는 것은 하나 마나 한 소리라는데 동감하거든요. 올바른 생각으로 글을 써야 해요. 아무리 잘 쓴 문장이라도 실천이 뒤따라야 하고요. 실천이 없는 지식은 필요가 없어요."
안건모 편집장은 마지막으로 나에게 작은 책을 널리 알려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사람이 아름다운 책을 만든다. 여러분의 격려와 관심이 아름다운 책과 세상을 키우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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