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생각나무

축제라는 단어는 일제의 잔재, ‘제’ 대신 우리말 ‘잔치’나 ‘풀이’

이동권 2024. 7. 13. 22:52

제572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한글을 목숨처럼 지켜낸 외솔 최현배 선생의 삶을 그린 공연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왔다. 전 국민이 휴가를 즐기는 7~8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들이 줄줄이 열릴 예정이다. 부산바다축제, 보령머드축제, 양평메기수염축제, 목포해양문화축제, 화천쪽배축제, 장흥물축제, 영월동강축제, 통영한산대첩축제 등 다양한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다.

축제란 말은 원래 일본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제’는 엄숙하고 진중한 마음으로 치르는 행사였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제’를 시끄럽게 떠드는 형식으로 치렀다. 일본어로 제사를 뜻하는 ‘마쓰리’는 신령에게 풍악을 울리며 시끄럽게 떠드는 것을 뜻한다. 한국의 ‘제’와는 매우 다른 의미다.

일제강점기 이전 한국에서는 축제를 ‘잔치’나 ‘풀이’라는 말로 썼다. 하지만 일제는 이 땅을 식민지로 통치하면서 ‘잔치’나 ‘풀이’를 일본식 ‘축로 바꿔 표기하라고 강요했다. 당시 위정자들과 지식인들은 일본 문화를 비판 없이 받아들였고, 축제라는 말을 우리말인 것처럼 후대에 물려줬다.

여태까지 사용한 단어를 굳이 바꾸라고 하기는 곤란하겠다. 하지만 ‘제’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사용하는 것과 모르고 사용하는 것은 다르다. 한편으로는 천천히 ‘축제’라는 단어 대신 고유의 우리말 ‘잔치’나 ‘풀이’로 쓰는 노력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부령머드축제를 보령머드잔치라고 불러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