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최영일 시사평론가 - 신중하고 유머러스한 ‘티빠(티파니광팬)’

이동권 2024. 5. 24. 23:29

故 최영일 시사평론가


나는 최영일 시사평론가가 카카오톡으로 보낸 부고를 받자마자 생각했다. 부고를 자세하게 읽어보지 않고 ‘아버님이 돌아가셨구나. 가봐야 할까 말아야 할까? 워낙 바쁜 분이라 만나기도 힘들었고, 만난 지도 좀 됐는데 어쩌지?’라고 고민했다. 출판업계에 종사하던 최 평론가의 동생 분과도 술 한잔 마신 적 있어서 더욱 망설여졌다. 세월도 많이 흘렀고 시간이나 일 모든 게 더는 관계를 잇지 못한 상황으로 이끌었던 것 같아 어색하기도 했다.

며칠 후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시사평론가 최영일 씨 대장암 투병 끝에 별세 아뿔싸였다. 나는 최 평론가가 임종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의 나이 58세였다. 최영일 평론가가 보낸 문자는 그의 가족이 보낸 것이었고, 부고는 최영일 평론가의 아버님이 아니라 바로 그였다. 

최영일 평론가는 신중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다. 예를 들면 그는 사석에서는 티파니(소녀시대 멤버)를 좋아한다면서 스스로 ‘티빠(티파니광팬)’라고 장난스럽게 웃어버리곤 했지만 TV에 출연할 때는 무척이나 똑똑하고 딱 부러졌다. 중저음의 부드럽고 선량한 목소리로 갖가지 이슈를 조곤조곤 분석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그에게 빠지고 말았다.

 

2023년 가을에서 2024년 봄으로 넘어가는 겨울, 선배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친하게 지내던 선생님의 암 투병 소식이 들리더니 소싯적에 함께 아스팔트를 누비던 선배가 돌연사했다. 게다가 최영일 평론가까지 생을 달리했다. 나는 주위 분들의 부고를 연달아 받고 나니 인생이 무척 허무하게 느껴졌다. 이제 우리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영일 평론가의 죽음이 안타깝고 황망할 따름이다. 한창 뜻을 펼칠 시기에 그의 죽음을 목도하니 슬픔이 망극하기 이를 데 없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해박한 지식과 명쾌한 분석으로 우리 사회문화를 정밀하게 진단해 왔다. 그와 대화도 많이 나눴고, 때론 일도 같이 해왔다. 그와 포털사이트의 뉴스 보도에 대해 심도 깊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민중의소리>가 네이버 뉴스에서 일방적으로 퇴출됐을 때였다. “포털권력의 자의적 게이트 키퍼 역할의 부작용이 정보수용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공공적 정보공간의 자유를 왜곡하고 있다”고 질타하던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그때만 해도 포털사이트들이 임의적으로 뉴스를 편집해 보도하면서 갖가지 부작용과 음모론을 낳았다.

그의 얘기를 전하면서 글을 마친다.

“네이버는 다른 포털 브랜드에 비해 누리꾼들에게 지난 총선, 대선 과정에서 정치적 편향의 의심을 많이 제기받아왔다. 그러니 이번 사태(<민중의소리 퇴출>)에 대해서도 현 정권 개입설, 현 정권과의 밀애설 등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업자득인 셈인데 이러한 음모론과 가설들에 대해 네이버가 억울하다면 스스로 그렇지 않음을, 공정성의 근거를 밝히는 것이 원칙 아닐까? 게이트 키퍼 역할에 대한 문제점은 언론학계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된 지 오래되었다. 이름의 의미대로 ‘포털(현관문)’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스스로 이를 허물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