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여행과 사색

간단한 산행과 함께 즐기는 여름가을 계곡 여행

이동권 2023. 8. 11. 23:26

설악산 천불동계곡


습하고 더운 열기가 몰아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송골송골 맺혀 기분도 찝찔하다. 찜통더위는 추석이 되기 전까지 이어진다.

 

더운 날에는 계곡을 따라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맛이 제법이다. 담청색으로 물든 하늘과 청록의 향연이 한창인 숲을 바라보면서 정처 없이 걷다 보면 무더위 따위는 온데간데없이 날아가버린다.

세차게 흘러내리며 부서지는 계곡물, 총천연색 빛을 발산하는 폭포, 등줄기에 흐르는 땀을 식혀주는 청량한 바람, 타들어가는 갈증을 해갈해 주는 차가운 약수가 일품인 계곡 여행지 여섯 곳을 소개한다. 

설악산 - 십이선녀탕과 구만동계곡, 천불동계곡, 미천골계곡, 공수전계곡

내설악에 있는 십이선녀탕은 탕수동계곡으로도 알려져 있다. 수려한 풍광과 변화무쌍한 자태를 뽐내는 설악산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맑은 웅덩이가 12개가 있다고 해서 십이선녀탕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8개뿐이며, 8개 중 7번째 복숭아 모양의 탕이 백미로 꼽힌다. 

십이선녀탕을 지나 백담계곡으로 올라가다 보면 진부령계곡, 미시령계곡, 백담계곡이 합쳐져 큰 계류를 만드는 구만동 계곡을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설악산에서 대표적인 계곡 중  하나인 천불동 계곡에 도착한다. 천불동이라는 호칭은 천불폭포에서 딴 것이다. 이곳을 처음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외경심을 갖게 된다. 

설악산 남쪽 미천골자연휴양림 안에는 미천골계곡이 있다. 사람의 발길이 적어 산천어 등 희귀어가 살고 원시림이 무성하다. 옛날 큰 절에서 쌀 씻은 물이 계곡으로 하얗게 흘러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미천골이라 불리게 됐다. 계곡 입구에 신라 법흥왕 때 창건된 선림원지가 있으며, 특히 불바라기약수터와 토종꿀이 유명하다.

개인산 - 내린천 상류 미산계곡

내린천 상류 미산계곡은 손꼽히는 청정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별무더기가 떨어지는 바위에 앉아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면서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면 무릉도원이 부럽지 않다. 또 산에서 들려오는 벌레들의 울음소리와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상쾌한 숲내음은 공해에 찌든 심신까지 푹 쉬게 한다. 신선한 새벽공기가 불어올라치면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때문에 모기에 시달릴 필요도 없다.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조용하고 안락한 편이다.

내린천은 개인산 자락을 따라 10km를 내달린다. 가문비나무와 젓나무 숲이 우거진 상류에는 넓은 여울이 많아 쏘가리, 어름치, 동자개, 꺽지 등의 담수어종이 풍부하다. 물줄기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고운 모래밭과 자갈밭이 곳곳에 펼쳐진다. 이곳은 수영이나 낚시를 즐기면서 야영하기 매우 좋다. 또 내린천 모험관광단지에서 즐기는 래프팅과 국내최고 높이의 번지점프장도 그만이다.

개인산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위장과 당뇨에 좋다는 개인산 약수가 나타난다. 약수터를 지나 올라가다 보면 오지마을인 대개인동과 소개인동 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은 칼로 깎아낸 듯 험준하고 척박한 비포장도로로 돼 있어 등산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산 중턱에 작은 계곡을 끼고 자리 잡은 미산계곡 통나무산장에서 즐기는 하룻밤도 이곳 여행의 정취를 더하는 아이템이다.

두타산 - 무릉계곡과 용추폭포

기암괴석과 푸른 못으로 유명한 무릉계곡은 두타산 기슭에 있다. 1 시간 정도 산행하면 삼화사와 용추폭포도 즐길 수 있다. 무릉계곡은 월정사의 말사인 삼화사에서부터 2km에 이르는 구간이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쏟아져내리는 용추폭포가 이곳의 아름다움의 깊이를 더한다.

무릉계곡은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응봉산 - 동활계곡, 덕품계곡

동활계곡은 풍곡다리에서 태백 방면으로 흘러 내리며 노송과 기암괴석, 수려한 산봉우리로 별천지를 연출한다. 이 계곡은 도로변을 따라 물이 흐르기 때문에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인근에는 가곡 자연휴양림과 신리 너와집, 황금소나무, 미인폭포 등 볼거리도 많아 주말여행코스로는 그만이다. 동활계곡은 산세가 빼어나고 물이 맑아 산천어를 비롯한 담수어종이 많이 살며, 특히 여름이면 야영과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응봉산 인근에는 덕품마을에서 용소골, 덕구온천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는데, 이곳에는 원시의 비경을 간직한 심산 오지 덕품계곡이 자리 잡고 있다. 덕품마을에서 용소골까지 이어지는 이 계곡은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트래킹 코스로 유명하다. 곳곳마다 낭떠러지와 폭포가 이어져 있어 여행 시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금당산 - 금당계곡

금당계곡은 12개수라고 불린다. 강원도 평창군내 열두 마을을 흐르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이다. 이 계곡은 태기산과 흥정산에서 발원한 물이 개수리를 지나 하안미리까지 28km에 걸쳐 흐른다. 깨끗한 물과 자연환경 탓에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사람 얼굴을 닮은 선바위, 9마리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구룡소가 대표적인 명소로 꼽힌다. 1급수를 자랑하는 청정 계곡에는 버들치, 쉬리, 돌다니, 꺽지 등 수많은 담수어종이 살고 있다. 근래에는 래프팅 장소로도 새롭게 개발되고 있다.

응복산 - 공수전계곡

후천 하류에 속하는 공수전계곡은 물굽이마다 소가 있고 물이 맑아 여행객들로 붐빈다. 공수전계곡은 인근에 조선시대 때 출장을 떠나는 관리들에게 출장비를 지급하는 공수전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상류에는 하얀 자갈밭과 소나무숲이 유명한 용소골계곡이 있다. 부근에는 오색약수와 온천, 낙산사 등 관광명소가 매우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