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주피터 5

주피터 언론보도

주피터. 묘한 소설이다. 연결될 것 같지 않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세계에서 얽혀 만담한다. 기자 출신 작가가 써서 그럴 게다. 작가는 우연이라는 단어를 전적으로 믿지 않는다. 세계를 사건사고가 서로 얽힌 하나의 집합체로 보고 필연에 매달린다. 민중의소리 [인터뷰] 소설 「주피터」 낸 이동권 기자 “위로보다 고뇌가 필요하다” [인터뷰] 소설 「주피터」 낸 이동권 기자 “위로보다 고뇌가 필요하다” 주한미군 주둔 77년 공과를 묻다 www.vop.co.kr

책/주피터 2022.09.22

주피터 프롤로그

조지프 니덤은 휠체어에서 눈을 떴다. 오한과 통증이 잠을 깨웠다. 연이어 구역증이 치밀었다. 진통제 과다 복용이 부른 후유증이었다. ‘인생 말기는 끔찍한 형극이야.’ 선잠을 길게 잔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 구부정한 허리를 쭉 폈다. 찌릿한 통증이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잠이 완전히 달아났다. 니덤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바닥으로 허벅다리를 내리쳤다. 피부에 다닥다닥 들러붙은 부스럼이 진물을 쭉 내뱉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프기보다는 시원한 표정이었다. 딱지가 엉겨 붙을 때까지 가려움을 참았던 분풀이었다. 채광창으로 햇빛이 내리비쳤다. 눈이 몹시 부셨다. 니덤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돌렸다. 탁상 위에 18세기 중국 청나라풍 소반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집안일을 돌봐주는 늙은 중국인 가정부가..

책/주피터 2022.07.28

사실

미군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1950년 10월 13일 미8군 법무과 내에 전쟁범죄조사단을 설치했다. 조사단은 북한군과 중국군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조사해 1,956개 사건을 정리했다. 전쟁범죄의 증거는 주로 거제도에 수감된 포로 심문과 포로 교환 작전 귀환자의 진술로 수집됐다. 그러나 전범재판은 열리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과 중국을 국제재판소에 제소하지 않았고, 포로로 잡힌 북한군의 전범도 혐의없음으로 공표했다. 미국 스스로 전쟁범죄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다. 1952년 국제민주법률가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Democratic Lawyers는 미군이 저지른 살해, 대량학살, 잔혹행위 등을 조사해 ‘한국에서의 미군 범죄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미군 범죄 생..

책/주피터 2022.07.28

주피터를 내며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상잔의 비극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철저하게 파괴당한 분들에게 깊은 슬픔과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주피터는 한국전쟁 당시 벌어진 민간인 학살사건의 생존자와 유가족의 증언을 바탕으로 쓴 픽션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픈 이야기를 기꺼이 들려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량과 믿음으로 작가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발간에 힘써준 와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티브가 된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나에겐 모두 근사하고 친절한 가족이자 삶의 평화와 안정을 기원해주는 영육의 후견인이다. 어떤 말로도 감사의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다.

책/주피터 2021.11.15

주피터 - 미군은 1945년 9월 8일 이 땅에 들어왔다

나는 두 계급의 갈등과 반목을 얘기하고 싶었다. 부자이고 아름다우며 지적인 도시여자와 가난하고 투박하며 무식한 시골여자 사이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대립을 한국전쟁 당시 벌어진 미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과 곁들이고 싶었다. 소설은 애석하게도 다른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집필 방향을 바꾼 이유는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날린 덕분이다. 며칠 동안 여러 방법을 동원해 망가진 하드디스크 복구를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하늘이 노랬다. 망연한 기분이 들었다. 기억을 짜내도 똑같은 문장을 쓸 수 없었다. 나는 한동안 소설에 손대지 못하고 멍하게 살았다. 먹고살려고 일 년 가까이 두 권 분량의 기록물을 썼을 뿐이다. 다시 기운을 낸 건 2021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전 세계인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책/주피터 202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