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동방울TV 11

다산 정약용 선생에게 한국 사회를 묻다

험악한(진정한 주권자인 민중을 억압하고 자본과 권력의 이익을 극대화는) 시대를 살다 보니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실사구시, 위민정신을 실천한 다산 정약용이다. 나는 정약용의 묘와 생가가 있는 다산유적지와 실학박물관을 살펴보면서 한국 사회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깊은 생각에 빠졌다. 다산 정약용의 발자취를 따라 유적지를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의 생가와 묘가 있다. 또 다산의 업적을 살펴볼 수 있는 다산기념관과 사당이 있다. 다산 문화의 거리에는 거중기가 놓여있고,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다산유적지에서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정약용 선생의 묘’다. 전시관을 지나 묘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는 길은 선홍빛 속내를..

MB의 작은 운하, 경인아라뱃길 유람선 타보니

이명박 정부가 2조2천억 원을 들여 ‘경인아라뱃길’을 만들고 유람선을 운행한지 한 달여만에 ‘아라뱃길 청문회’ 얘기가 나왔다. 쟁점은 ‘환경오염’과 ‘효용성’이다. 정부의 예견과 다르게 경인아라뱃길의 수질이 급속하게 나빠지고 있다. 실제 경인아라뱃길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원인 모를 악취에 시달려야 했고, 시천교 부근의 물에서는 녹조현상까지 발생했다. 게다가 경인아라뱃길 물류단지는 덤핑에 가까운 가격에도 불구하고 분양률이 35%밖에 되지 않아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정부에서 주장해 온 아라뱃길의 효용성이 과장됐거나 거짓말로 증명된 셈이다. 직접 경인아라뱃길 유람선을 타고 둘러보기로 했다. 수질오염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람선이 운행되고 있는 데다 화물이 움직이는 모습을 봐야 물류단지의 미래를 점쳐볼 ..

삶에 지친 도시인들 마음 달래주는 김연진 화가의 ‘불화’

1993년 우연한 기회에 불화를 그려본 적이 있다. 불교 경전에 묘사된 ‘지옥도’였다. 불화는 작업 자체가 매우 정밀한 데다 비현실적인 형상들이 많아 아이디어를 짜내는 데 무척 힘들었다. 또 석회 가루를 잔뜩 묻히고 불을 내뿜는 무서운 신들을 하나하나 캔버스에 그려 넣다 보면 등골이 오싹해지고 서늘해지는 것이 느껴져 불화는 아무나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회화를 하는 김연진 작가의 말에서 그 당시의 느낌을 오랜만에 다시 음미해본다. “사람의 몸을 얻기 어렵다. 부처님 법을 듣기 어렵다. 이 글귀는 법구경 ‘불타품’ 중에서 부처님이 네 번째로 하신 말씀이다. 부처님의 그림을 그리면서 부처님의 말씀을 항상 듣기를 원하고 항상 귀 기울이자는 내 마음이 담긴 글귀다.”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깨..

바람 쐬러 십리포해수욕장 어때요?

십리포해수욕장은 따뜻한 인간처럼 푸근하다. 딱히 럭셔리하지도 않고, 딱히 볼품이 없지도 않은, 평범하고 평온한 바닷가 풍경 그대로다. 하지만 십리포해수욕장은 다른 해수욕장과 다른 점이 있다. 인근에 거대한 소사나무 천연림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소사나무 군락지에서 느끼는 자연의 깊이와 장중한 현장감은 뭐라 말 할 수 없는 기묘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시간의 풍해(風解)를 견뎌내고 자연의 단호한 형체를 그대로 간직한 모습을 보면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보통 낯선 곳에 가면 이질적인 풍경에 질식해서 쉽게 평온을 얻지 못하지만 십리포해수욕장은 다르다. 소사나무의 군락지와 해수욕장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바닷가와 매우 잘 어울려서다. 또 고즈넉하지만 소담스러운 이곳의 풍광은 너무도 평범하기 그지없어 거부감을 불러..

행복의 비밀을 알려주는 김시하 작가의 실재 혹은 환상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행복을 발견하고 느끼는 능력을 스스로 잃어버린다. 어릴 때에는 작은 사탕 하나에도 행복을 느끼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잃어버리거나 이루지 못한 것들을 애석해하면서 삶을 갉아먹는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실재보다 더 큰 환상을 그리거나, 실재와 환상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김시하 작가는 실재의 삶이 아니라 환상 속의 상을 좇으며 사는 사람들의 삶을 작품에 형상화하면서 "빈 건물과 같고, 영혼의 껍데기인 육체와 같다"고 말한다. 부질없는 욕망을 버리던지, 현실을 제대로 보라는 충고다. "작가는 작품으로 자신의 삶을 대변하는데, 여성으로서 사회와 부딪치는 모든 현실적인 문제들이 이상을 구현하기에 너무 벽이 많다. 제도나 시스템, 구조적인 문제에 답답함을 느낀다." 김 ..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둘러보니, 무대포식 개발은 이제 그만

KBS 본관 인근, 서울교를 지나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하류 쪽으로 가다 보면 악취가 심하게 난다. 산책로에는 여름 날파리가 들끓어 눈 뜨고 걷는 것조차 힘들고, 샛강 가장자리에는 각종 쓰레기와 부유물들이 떠다녀 이맛살부터 찌푸려진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개발을 자신의 치적처럼 자랑삼아 얘기해왔다. 하지만 생태공원을 만들면서 전시성만 강조하다 보니 개발 이전보다 좋지 않게 돼버렸다. (1997년 생태공원 조성 이후 20년 만에 콘크리트 둑을 만들어 물이 흐르게 하는 사업이 시행돼 샛강의 하천 기능은 회복됐다. 과거에 샛강은 물이 흐르지 않아 버려진 땅이었다. 서울시는 1997년 한강 물과 지하수를 샛강에 끌어들여 갈대숲으로 뒤덮인 습지로 조성했지만 여전히 악취는 없어지지 않았다.) 빌..

북촌한옥마을, 뭘 구경하라는 건지?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무작정’ 설레게 한다. 산과 들에 녹음이 번져오고, 단풍과 낙엽이 한바탕 쏟아질 때면 일상에 찌든 때를 벗기고 싶은 마음, 정말로 참기 힘들어진다. 산과 바다로 여행을 가기란 쉽지 않다. 돈도 문제지만 시간도 문제다. 먹고살기도 바쁘다. 이럴 때에는 잠깐 짬을 내 떠나는 도시 여행은 어떠할까. 인간의 가치와 품위, 전통의 멋과 정신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은 도처에 널려있다. 어떤 이들은 여행이 연약한 감상을 선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떠났을지언정,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들으며 지혜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결코 헛된 여행은 아니다. 가끔 폭염이 몰아칠 때면 아무 생각 없이 먹고 땀을 식히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강추다. 여행이란 게 뭐 있는가. 떠나는 ..

김순임 작가, 만남은 기억하려는 의지로부터 시작된다

새하얀 깃털과 돌멩이들이 실에 묶여 천장에 매달려 있다. 거기에서 나는 인간의 ‘상처’를 읽는다. 속절없이 가버리는 세월을 원망하면서 외로움에 떠는 사람들. 그럼에도 그들은 ‘꿈틀’조차 하지 않고 위를 향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협곡과 같은 길을 내달린다. 누군가에게 저 가벼운 ‘깃털’로도, 이름 없이 굴러다니는 ‘돌멩이’로도 기억되지 못한 채 멍하니 어두운 빌딩 숲 가장자리에서 쓰디쓴 인생을 핥는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김순임 작가는 무엇을 얘기하려고 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만남’이다. 김 작가는 “공간에 바람이 불고, 사람들이 숨 쉬고, 또 공기가 흐르니까 작은 깃털들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숙명처럼 얽혀있는 것도 모르는 채 고독하게 늙어가는 사람들의 애상을 긁어내는..

인문학박물관에서 조금은 색다른 인문학 배우기

인문학박물관은 기존의 박물관과 달리 우리의 삶과 일상으로 근현대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해주는 공간이다. 이곳은 그 당시에 대한 역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을 살아온 인간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인문학박물관에 전시된 자료들은 크게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시공간적 변화에 따른 문화적 '변화'다. 근대화는 생활방식을 변화시켰으며, 변화된 생활방식은 공론체계를 변화시켰다. 인문학박물관은 이러한 변화들을 살펴보면서 우리의 삶에 대해 이해시키고, 생활의 이념을 헤아려 볼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하나는 근현대 역사가 축적되는 과정 속에서 다양하게 맺어진 '관계'다. 교육과 예술, 대중문화가 추구해온 모습이 우리 근현대 삶과 관계돼 어떻게 표현됐는지 바라보면서 근현대 역사가 역사의식과의 관계 속에서 ..

갱도에 새겨진 일제 강제징용의 역사 '광명가학광산동굴'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가학광산동굴’을 찾았다. 학계는 물론 기업들까지 나서서 이 동굴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현재 광명시는 가학광산동굴을 세계적인 동굴명소로 개발했다. 40년 동안 금속폐광산이던 가학광산동굴이 개발되기 시작한 이유는 광명시가 43억여 원에 사들이면서다. 광명시는 이곳을 광산의 특성을 살린 문화체험 관광지로 활용해 지역문화산업을 발전시킬 계획을 세웠다. 특히 KTX고속철도 광명역과 10분 거리인데다 지역 주변 시설이나 관광지와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까지 거둘 수 있어 기대감이 높았다. 가학광산동굴은 점점 시민들에게 인기 관광코스로 인정받고 있다. 하루 40~50명 수준이던 것이 요즘엔 700~800명에 이르는 수준까지 왔다하니 시민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온다.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변모한 한강 노들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야심 찬 노들섬 프로젝트,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무산됐다. 대신 노들섬에는 서울 시민들을 위한 텃밭이 새롭게 조성됐다. 노들섬은 강남과 강북의 중간지점에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접근성이 좋은 이곳에 6,735억 원을 들여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을 만들려고 했다. 과연 오세훈 전 시장이 오페라하우스를 노들섬에 건립하는 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하는 것이 옳았을까, 아니면 여태까지 소요된 경비를 포기하고서라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옳았을까. 직접 노들섬에 찾아가 보았다. 2021년 3월 6일부터 유람선을 타고 노들섬에 갈 수 있게 됐다. 매주 수 ~ 일요일 하루 1회 노들섬으로 가는 뱃길이 약 50년 만에 다시 열렸다. 서울시는 그간 노들섬을 시민들의 휴식처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