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수제천(출간예정)

소설 『수제천』을 마치며

이동권 2023. 6. 22. 21:40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삼색 고양이(calico cat) ⓒ위키백과

 

이틀 전에 초고를 끝냈다. 넉 달 동안 틈틈이 스토리를 만들고, 배경을 스케치하고, 문장을 지었다. 다른 사람이 쓴 원고를 다듬어 책을 내는 본업도 있고, 벗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시간도 필요했으니, 남는 시간은 모두 소설 쓰기에 매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마지막 퇴고의 시간만 남았다. 퇴고는 절대로 급하게 하지 않을 작정이다. 일단 일주일 정도 푹 쉬어야겠다. 원고지 1,000매 이상의 글을 쓰면 작가도 지겨워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하고 뒷머리가 띵해진다. 

내가 소설 『수제천』을 쓰면서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친절’이었다.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이타적인 마음에서 발현하는 친절이야말로 공동체의 행복 추구에 절대적인 묘체이지 않을까 싶었다. 인간 사회의 크고 작은 부조리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그런 부조리에 실존적 고뇌와 울분을 느끼며 내면의 격동을 겪는 것도 인간사에 내재된 당위론적 경향성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친절하지 않은 인간의 마음씀씀이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사회생활을 잘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수많은 책들도 알고 보면 그 뿌리에 친절이 있었다. 조직을 이해하고, 문제해결에 앞장서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정신을 발휘하고, 어려운 처지의 동료를 도와주고, 나아가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는 책임자가 되려면 자신의 이익보다 동료와 조직, 사회 발전의 주춧돌이 되려는 친절의 마인드가 필요했다.

어떤 이들은 문학이 삶을 구원할 수 있다고들 말한다. 책을 보면 생각이 달라지고 세계관이 바뀌어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발견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지긋지긋한 가난에 쪼들리고 혹독한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 들으면 비웃지 않을까? 문학이 그 어떤 구원을 약속할 수 있을까?

 

문학은 삶을 탐구하는 유희일 뿐이다. 우리 시대를 반추하는 거울이자 인간 본연의 정서에 도달하려는 의지의 발로다. 문학과 친숙한 생활은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약간의 조력이 될 뿐이지 절대로 삶을 구원할 수 없다. 삶을 구원하는 건 사람이고, 그 사람의 친절이다. 자신의 삶을 구원할 수 있는 것도 오로지 자신이고, 자기가 자신에게 베푸는 친절이다. 

인간은 스스로 삶을 창조하는 예술가다. 비약이 아니다. 어떤 삶을 창조할지는 자신이 결정할 문제이고, 우리 모두 아름다운 예술가가 될 자격은 충분하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 것인가?